[횡설수설/최영해]사람 잡는 결혼지참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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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지참금으로 악명이 높은 나라는 인도다. 철저한 신분사회로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 잔존해 있는 인도에서 신부는 결혼지참금으로 15만 루피(약 380만 원)를 신랑 집에 줘야 한다. 가구당 연평균소득의 5배나 되는 거금이다. ‘다우리’(결혼지참금)라고 불리는 이 제도 때문에 딸 가진 부모는 등골이 휜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결혼을 앞두고 자살을 하는 신부도 왕왕 있다. 지참금을 넉넉하게 챙겨가지 못한 한 신부가 시집의 구박과 폭력에 못 이겨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몸에 석유를 끼얹자 옆에 있던 시어머니가 잽싸게 성냥을 그어 던지는 바람에 하루 만에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아프리카나 아랍국가에선 정반대다. 신랑이 처가에 지참금을 내야 한다. 신부 집안에 결혼경비와 혼수비용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신부에게도 보석이나 현금을 줘야 한다. 결혼지참금이 버거워 이집트에선 노총각이 넘쳐나고 있다. 노총각들이 인도나 동남아 국가에서 신부를 공수(空輸)해오자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선 이민족과의 결혼을 막기 위해 정부가 결혼지참금을 보조해 주기도 한다.

▷이웃 중국에선 몇 해 전 한 거부(巨富)가 딸을 시집보내며 사위에게 10억 위안(약 1700억 원) 상당의 혼수품을 줘 화제가 됐다. 금괴 4상자와 호화저택 2채, 포르셰 자동차, 회사 주식을 주는 것으로 부족했는지 신부 옷을 금은보화로 치장했다. 신랑은 딸과 유치원을 함께 다녔던 평범한 공무원이었다. ‘세상은 모르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한의사 신랑과 은행원 신부가 결혼지참금 2억5000만 원을 놓고 티격태격하다가 결혼을 없던 일로 했다고 한다. 혼전 임신을 한 신부만 바가지를 썼다가 소송을 내 5년이 지난 뒤에야 법원 판결로 위자료 1000만 원에 딸 양육비로 월 50만∼100만 원을 받게 됐다. 재벌가 사모님이 판사 사위의 불륜을 의심해 여대생을 청부 살인한 사건도 결혼지참금으로 7억 원을 받은 사위가 중매쟁이에게 사례금 7000만 원을 주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지만, 결혼할 때 꼭 챙겨가야 할 것은 지참금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이라고 하면 너무 순진한 걸까.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결혼지참금#인도#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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