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나 자신을 위한 순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시린 네샤트, 순교를 원하여-변주 1, 1995년.
시린 네샤트, 순교를 원하여-변주 1, 1995년.
다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더 스토닝(The Stoning of Soraya M)’에 나오는 잔혹한 이야기다.

호메이니 정권 시절인 1986년, 이란의 한 시골마을에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간통 누명을 덮어쓴 여인 소라야는 양손이 묶이고 하반신은 땅에 파묻힌 채로 마을 사람들에게 돌팔매 처형을 당한다. 소라야의 남편 알리가 14세의 어린 소녀에게 새장가를 들기 위해 이혼을 거부한 아내에게 간통죄를 씌워 집단 살인을 사주한 것.

더욱 충격적인 것은 소라야의 친정아버지와 두 아들마저도 딸이며 엄마인 가엾은 희생자에게 돌을 던지는 장면이다. 알리는 아들의 손에 돌을 쥐여주며 이렇게 말한다. “아들아. 남자들의 세상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제물이 된 소라야의 비극적인 최후는 이란 출신의 미국 예술가인 시린 네샤트의 작품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검은 차도르를 입은 이란 여성이 라이플총을 들고 서 있다. 작품 속의 무장한 여성은 작가인 시린 네샤트다. 네샤트는 왜 여성 혁명가의 모습으로 연출한 걸까?

해답은 전통의상인 차도르, 핏빛으로 물든 손, 배경의 인화된 사진에 네샤트가 직접 적은 중세 페르시아 여성의 연애시가 말해준다. 즉, 작품의 메시지는 제3세계 여성의 정체성 탐구와 권리 찾기다.

호메이니 시절, 조국을 방문한 네샤트는 차도르를 입은 이란 여성들이 혁명에 동참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순교를 각오한 여성들은 가부장적 남성의 지배를 받는 나약한 존재가 아닌 혁명투사였으니까. 그 문화적 충격이 강인한 여성 영웅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동기가 된 것이다.

여성운동가인 엘리자베스 케디 스탠턴은 “여자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무기는 용기다”라고 말했다.

왜? 영화 ‘스토닝’의 대사가 대답이 되리라.

“남편이 아내를 고발하면 아내는 반드시 무죄를 입증해야 하고 아내가 남편을 고발한 경우에도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더 스토닝#이란#여성 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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