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명수]자유학기제 정착을 위한 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중학교 자유학기제의 시행 취지는 학생들이 과도한 학업 및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대학입시가 사회적 성공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성적제일주의에 얽매인 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자 경쟁교육 풍토 개선에 대한 요구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인프라 구축 부재에 따른 교육격차 발생, 사교육 조장과 학력 저하, 교육과정 개편과 평가체제 변화 등 자유학기제의 구체적 추진방법과 그 실효성 등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인식의 개선, 그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학부모의 지지를 위한 소통과 홍보, 기업의 참여 유도 등 철저한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은 조사, 발표, 토론, 실습 등의 학습으로 좀더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또 학생들은 자신들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해 문화, 예술, 진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가정과 학교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 공동체의 일원임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다.

창조적 지식경제 및 지식사회로 일컬어지는 현대 사회에서 학교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하다. 학생들을 지식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창의적 지식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동시에 공공의 삶에 헌신하는, 도덕성을 갖춘 세계 시민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는 이러한 학교교육을 향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자유학기제의 시행은 전 세계적으로 중시되는 아동권리 보호의 길이기도 하다. 유엔이 아동권리협약 제28조에 ‘일반교육 및 직업교육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중등교육의 발전을 장려하고, 이에 대한 모든 아동의 이용 및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며, 무료교육의 도입 및 필요한 경우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직업·진로 지도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마땅히 행해야 할 교육이자 정부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 되었다.

자유학기제는 당장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현직 교사의 수업 질 제고, 교원양성대학 교육과정과 학교현장의 연계,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협력시스템 구축 등 변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없이 자유학기제 도입만으로는 우리 교육체제의 전면적 개혁은 요원하다.

학업 부담과 진로에 대한 불안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학력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학교 이탈 학생이 늘어나고, 학교폭력 등 여러 사회적 문제가 학교에서 발생하는 현실이 학업 부담에 따른 스트레스와 어느 정도 상관이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학교는 여러 변인이 존재하는 복잡한 사회이기 때문에 자유학기제 시행만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 잠시나마 시험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학습과 행동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해봄으로써 의미 있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
#중학교 자유학기제#대학입시#성적제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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