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기를 끈 ‘쿠거 타운(Cougar Town)’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혼녀가 매일 밤 클럽에서 20대 남자들을 낚는다는 내용의 시트콤이다. ‘쿠거’란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중년 여성을 일컫는 미국의 속어.
‘쿠거 타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연상녀와 연하남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국내에서도 꽤 제작된다. 남편에게 배신당한 이혼녀가 꽃미남 청년을 만나 사랑을 받는 것은 물론 사회적 성공까지 거머쥔다는 내용이 많다. 예전의 ‘신데렐라 드라마’와는 달리, 이제는 강한 여자가 부드러운 남자를 이끌어가며 목표를 이뤄간다는 설정이 여성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능력은 있으나 외로운 연상녀’와 ‘능력은 처지지만 다정한 연하남’의 사랑 이야기다.
이런 흐름은 30, 40대 여성들의 구매력이나 사회적 영향력을 반영한다. 드라마는 광고 및 마케팅과 불가분의 관계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크게 향상되자 그들을 겨냥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기획된 것이 바로 연상녀-연하남 설정의 드라마다.
연상녀 주도의 연애가 여성 시청자들에게 그만큼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빛나는 미모를 유지한 채 매력적인 청년으로부터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고 싶다는 여성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연상녀-연하남의 결합은 이제 드라마에서 뛰쳐나와 현실에서 펼쳐진다. 최근 결혼한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다.
연예인만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에 결혼한 초혼 부부 가운데 여성이 연상인 부부가 4만 쌍을 기록해 전체의 15.6%를 차지했다. 이는 10년 전의 2만7900쌍보다 43.3%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열 살 이상 많은 부부도 300쌍에 달했다.
여성이 어린 남자와 결혼을 하는 심리의 밑바닥에는 젊은 남편을 통해 능력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여전히 젊고 매력적이라는 점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깔려 있다. 또한 어린 남편은 연상의 남편에 비해 다루기도 쉽다. 경험과 능력을 활용해 어린 남편의 젊음을 통제함으로써 더욱 많은 만족을 찾아내겠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돈 많고 성공한 남자일수록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배우자로 맞이해 과시한다고 해서 ‘트로피 와이프’란 용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여성들에게는 ‘꽃미남 트로피 남편’의 의미가 더욱 각별해 보인다. 능력과 성공 외에 젊음과 매력을 모두 갖췄다는 점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연하 남편만으로 충분히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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