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연소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의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 시니어는 1938년부터 2년간 주영 미국대사를 지냈다. 지명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아일랜드계 사업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는 장남인 조지프 케네디 주니어에게는 정치를 권했고, 차남인 존 F 케네디에게는 군인이 되라고 했다. 장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는 바람에 차남이 정치에 투신해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케네디 대통령 아버지처럼 미국 대통령은 직업외교관이 아닌 ‘정무형 인물(Political appointee)’을 대사로 지명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외교부에 해당하는 미국 국무부의 경우 외교 공무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위층(Senior level)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길을 택할지, 아니면 국무부 평직원으로 남을지를 선택한다. 시니어 레벨에서는 승진하지 못하면 계급정년에 걸려 중간에 옷을 벗을 수도 있다. 평직원으로 남으면 잘릴 위험 없이 1등서기관까지는 올라간다. 우리의 고참 서기관쯤 된다.
▷미국 대통령이 정무형 인물을 대사로 내보낼 수 있는 것은 직업 외교관인 차석대사(deputy chief) 제도가 있어서다. 누가 대사가 되더라도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미스 USA 출신이나 대선캠프에서 일한 사람, 문화계와 언론계 출신 등이 주요국 대사로 나갈 수 있는 것도 이런 정치 문화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주베트남 대사 신임장을 받은 전대주 씨는 1973∼2001년 LG화학 베트남법인장을 지냈다. 베트남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베트남 정관계와 재계에도 두꺼운 인맥을 갖고 있다. 민간 기업인 출신 대사로는 상하이 총영사를 지낸 김양 씨(김구의 손자)와 칠레 대사를 지낸 기현서 씨(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출신)에 이어 세 번째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해외 공관장 자리는 113개. 직업 외교관이 두세 번씩 돌아가면서 맡는 대사 자리에 우리도 각계의 민간 전문가를 보내는 것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임지(任地)가 마음에 안 든다며 낙담하는 직업 외교관과 현지 사정에 밝고 의욕이 넘치는 민간인 중 누가 더 국익에 도움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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