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라오스에서 발생한 탈북 청소년 9명 강제 북송(北送) 같은 일을 막기 위해 탈북자 전담 인력을 늘리고 해당 국가와 맞춤형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탈북자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진전된 조치이지만 아직 미흡하다.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탈북자 지원체제가 제대로 갖춰질 수 있다.
정부는 베트남 루트 폐쇄 이후 거의 유일한 탈북 코스인 라오스 루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의에서 외교부 장관과 차관 등이 라오스 주요 당국자를 만나 탈북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라오스 한국대사관에 머물던 탈북자 20여 명이 최근 한국행(行)에 성공한 것은 라오스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탈북자 입국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국민과 정부의 관심이 높았기에 무사히 데려올 수 있었다. 평상시 일선 외교관들이 탈북자 보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무력감에 빠지거나 사명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오래전부터 탈북자 업무 전담 인력과 조직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담당 외교관의 사명감을 북돋우는 일이기도 하다. 외교관 인력이 부족하다면 소명의식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이번 종합대책이 외부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반짝 대응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탈북자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입국시키는 일이 우리 외교의 중요한 업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탈북자 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외교부는 열과 성을 다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8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 범국가적 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탈북자 보호 대책과는 별도로 정부는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하고 처벌하는 북한의 반(反)인륜적 행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이달 말 업무를 개시하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나 유엔난민기구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탈북자 보호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2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탈북자의 강제북송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탈북자의 한국행을 운에 맡길 때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