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취업전선에서 스펙으로 우열을 가리기에는 지원자들 대다수가 지나치게 훌륭하다. 소위 갖출 것 다 갖춘 지원자들을 가려 뽑을 잣대가 있다면 인성, 창의력 같이 얼른 드러나지 않는 덕목일 것이다. 그러니 면접시험에서 허를 찌르는 질문이 나온다.
한 대기업 입사시험장에서 면접관이 “뒤에는 절벽인데 앞에는 호랑이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절벽으로 뛰어내린다고 하면 현실도피가 되고, 호랑이와 맞서 싸운다고 하면 무모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은 자명한 일.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어떤 답이 나왔는지 궁금했다.
“얼른 꿈에서 깨겠습니다.”
그런 설정 자체가 황당한 꿈이라는 뜻도 내포하면서 즉답을 피하는 재치가 돋보인다. 면접관의 다른 질문 하나.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물었다. 기차나 비행기가 아닌 것쯤은 눈치 챌 터. 그렇다면?
“애인과 함께 가는 겁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심리적인 시간으로 해석했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요.”
“봄요.”
이 또한 물리적 현상을 떠난, 감성이 듬뿍 밴 답이다. 이렇게 관점에 따라 답은 얼마든지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아마 단답형의 질문과 답을 외우게 할 것이다. “(질문) 얼음이 녹으면?” 1초의 망설임 없이 “(정답) 물”.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생각까지는 해볼 겨를이 없다. 우리의 교육방식은 엉뚱한 공상과 풍부한 상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갔다가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떠돌이가 된 한국인 학생이 3년 만에 하버드대에 전 학년 장학생으로 합격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인터뷰 중에 낡은 피아노를 능숙하게 치고 있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저 학생을 오늘의 주인공으로 만든 것은 피아노일지 모른다!”
숙식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처지였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공부만 한 게 아니라 피아노를 치며 밴드 활동까지 했다. 하버드대에서 그를 합격시킨 이유도 우수한 성적뿐 아니라 리더십이었다고 한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될 뿐 아니라 봄이 온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모진 겨울을 희망찬 봄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은 세상의 질문에 대하여 당신만의 답을 갖고 있는가. 나만의 해답을 갖는 것, 그것이 나의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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