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의 홈페이지가 ‘통일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 등의 메시지로 도배됐다. 안전행정부 미래창조과학부 통일부 등 정부 부처, 언론사와 새누리당 시도당의 홈페이지 일부도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정부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사이버위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해킹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국이 조사 중이다. 국제 해커그룹 어나니머스 소속이라고 밝힌 한 해커는 정부에 ‘인터넷 규제 철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죄’ 등을 요구하며 자기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어나니머스가 6·25전쟁 63주년을 맞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구국전선 등 46개 웹사이트를 해킹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북한 측 보복이라는 추정도 있다.
어느 쪽이 범인이건 청와대 홈페이지가 뚫린 것은 한국의 사이버 보안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은 2009년 7월과 2011년 3월 디도스 공격, 4월 농협 해킹, 2012년 신문사 해킹, 금년 3월에는 주요 방송사, 농협 신한은행 등 금융기관, 데일리NK 등 북한민주화단체를 공격했다. 한국의 인터넷망을 제 집 드나들 듯하며 사이버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 정보보호기반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에 흩어져 있는 관련 규정을 사이버테러방지법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만날 앉아서 당하고 있다간 더 큰일을 당할 수도 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을 중심으로 사이버 영토 수호를 위한 작전계획을 긴급히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