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바보 아빠’의 티셔츠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체격 좋은 서양 남성이 입고 있는 검정 티셔츠 등 쪽에는 ‘Rules for dating my daughter’(우리 딸과 데이트할 때 지켜야 할 규칙)라는 제목으로 열 가지 조건이 나열돼 있다. 영어로 쓰인 이 조건들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①취직해라 ②(딸의 아버지인) 난 네가 (무조건) 싫으니 이해해라 ③어딜 가도 내가 있다고 생각해라 ④우리 딸을 해치면 널 해치겠다 ⑤(네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30분 먼저 집에 들여보내라 ⑥변호사를 미리 구해 놔라 ⑦거짓말하면 내가 알아낼 거다 ⑧우리 딸은 나의 공주님이지 너의 전리품이 아니다 ⑨난 감옥에 또 가도 상관없다 ⑩네가 내 딸에게 뭘 하든 나도 너한테 그대로 할 거다.
딸과 데이트하려는 남성을 향한 아빠의 ‘살벌한’ 지침에 누리꾼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딸을 향한 아빠의 사랑이 가득 느껴지네요” “우리 아빠도 저런 마음으로 날 키우셨을 텐데” “우리 남편한테 사주면 신나게 입고 다닐 것 같다” “저런 아빠가 있는 딸은 든든하겠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걱정과 한탄이 섞인 멘션도 있었다. 아마 아들을 가진 부모일 법한 누리꾼들이었다. “20년 애지중지 키운 아들을 어떤 여자가 20분 만에 바보로 만든다면…” “요즘 여자들이 드세져서 오히려 우리 아들이 걱정이다” “아들 둘 키우면서 마음을 비워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SNS를 보면 그러기 쉽지 않다” 등의 말들이었다.
‘딸바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요즘 세상은 딸이 대세다. 지난달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5∼44세 기혼여성 4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공개한 ‘자녀 가치관과 출산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 이상(58.3%)이 ‘아들이 없어도 무관하다’고 답했다. ‘있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는 33.0%, ‘꼭 있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8.2%에 그쳤다. 2000년 같은 조사에선 아들이 없어도 된다는 답이 39.8%였고, 꼭 있어야 한다는 답은 이번의 2배 수준인 16.2%였다.
남아 선호는 퇴조하는 듯한 데 비해 여아 선호 경향은 눈에 띄게 강해졌다. 같은 조사에서 이상적인 자녀수를 묻는 질문에 22.3%가 아예 자녀의 성을 적시해 남아 1.14명, 여아 1.32명으로 답했다. 2009년 조사 때도 남아 1.22명, 여아 1.35명으로 여아를 선호하긴 했지만 갈수록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연구진은 “일부 계층에서 남아 선호가 미미하게 잔존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남아보다는 여아 선호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딸바보 아빠의 티셔츠가 주목받으면서 ‘딸 둘 엄마는 해외여행 다니다 외국에서 죽고 아들 둘 엄마는 이 집 저 집 떠밀려 다니다 노상에서 죽는다’는 한물간 우스갯소리도 SNS에서 다시 돌았다. 요즘 젊은 엄마들이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들을 보면 “둘째도 아들이라네요. 꼭 딸을 낳고 싶었는데…”라며 서운함을 토로하는 글에서부터 “힘내세요. 둘째 아들이 딸 노릇할 거예요”라는 응원 댓글까지 있다. 요새는 아들 키우기 어렵다는 사연도 줄을 잇는다. 얼마나 많았으면 한때 포털 검색창에서 ‘아들 키…’까지만 타자를 쳐도 ‘아들 키우다가 미쳐버릴 것 같아요’ ‘아들 키우기 정말 힘들어’ ‘아들 키우는 엄마 수명 단축’(핀란드 투르쿠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이기도 하다) 등의 문구가 자동완성 기능으로 떴다.
아들보다 딸이 선호되는 세상에 태어난 딸들은 과연 딸로 태어난 것을 후회하는 일은 겪지 않게 될지 그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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