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컵라면은 일본 닛신(日淸)식품이 1971년 내놓은 ‘컵누들’이다. 1958년 인스턴트 라면을 세계 처음 개발한 닛신식품 창업주 안도 모모후쿠의 제2의 야심작이다. 뜨거운 물로 익힐 수 있는 적당한 굵기의 면, 제 색깔로 되돌아오는 급속냉동 건더기, 1회용 종이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용기(容器) 등 3대 난제를 극복하고 물건을 내놓았지만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경찰, 소방관, 간호사 등의 야식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닛신의 컵누들은 40여 년간 약 200억 개가 팔린 세계 최장수 컵라면이다. 지금도 한 해 약 6900억 원어치가 팔린다.
▷한국 식품회사들은 ‘패스트 팔로어’였다. 한국 최초의 컵라면은 일본 기술을 도입해 1972년 내놓은 삼양컵라면. 한국에서도 첫 반응은 싸늘했다. 한국인의 밥상 예절과 맞지 않고 값이 비싼 것이 문제였다. 1982년 농심은 꾀를 낸다. 국사발처럼 넓고 평평한 용기에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쇠고기국물 맛의 ‘육개장 사발면’을 내놓았다. 30여 년간 42억 개가 팔리며 국가대표 컵라면이 됐다. 한 해 매출액은 약 700억 원.
▷한국 컵라면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세계로 도약한다. 미국 NBC방송이 선수촌 매점에서 팔리는 농심 육개장 사발면을 “미국의 햄버거에 필적하는 식품”으로 소개했다. 러시아에서는 부산항을 들락거리던 보따리상을 통해 입소문이 난 팔도 ‘도시락’이 대박을 쳤다. 팔도 도시락은 일본 브랜드를 누르고 러시아 시장에서 한 해 2억7000만 개(매출액 약 2000억 원)나 팔린다.
▷요즘은 브라질의 골프장이나 해발 3454m의 스위스 융프라우 전망대에서도 한국산 컵라면을 맛볼 수 있다. ‘구름 위의 컵라면 전쟁’도 뜨겁다. 농심은 최근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에 신라면 컵을 납품하기로 했다. 에어프랑스, 영국항공 등에 이어 미국 항공기에까지 진출한 것. 세계시장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용기와 곰탕, 소바 등으로 무한 변신하는 한국산 컵라면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형보다 나은 아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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