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프랭크 브루니]동성결혼 차별 위헌 판결의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프랭크 브루니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프랭크 브루니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6일 동성부부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규정한 연방 결혼보호법(DOMA)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동성결혼을 금지한 캘리포니아 주 법 조항(프로포지션 8)도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성적 소수자(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의 인권 운동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이 미 전역에서 완전한 평등을 누리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법원의 판결은 결혼을 이성 간 결합으로만 한정한 미국 29개 주의 주 헌법 개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회 각계의 편견과 냉대도 여전하다. 대표적 예가 타일러 클레멘티 자살 사건이다. 2010년 9월 뉴저지 주 럿거스대의 18세 음대 신입생 클레멘티가 자살했다. 몇 달 후 밝혀진 그의 자살 원인은 충격적이었다. 우연히 클레멘티의 동성애를 알게 된 그의 룸메이트이자 인도계 학생 다런 라비는 클레멘티 몰래 방 안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후 라비는 클레멘티가 그의 남자친구와 키스하는 모습 등을 교내에 중계방송했다. 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클레멘티는 자신의 은밀한 사생활이 공개된 사실을 알고 극도로 괴로워했다. 그는 트위터 등을 통해 자살 가능성을 언급한 후 뉴저지 주와 뉴욕 맨해튼을 잇는 조지워싱턴 다리 위로 올라가 몸을 던졌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동성애 증오범죄 및 사이버 괴롭힘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 됐다. 사건 발생 약 2년 만인 2012년 5월 논쟁은 더욱 가열됐다. 법원이 클레멘티를 자살로 몰아넣은 라비에게 매우 가벼운 형량인 30일 징역형과 300시간 사회봉사, 기부 및 벌금 1만1900달러 등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라비가 가벼운 형을 받은 이유는 재판부가 그의 행동을 ‘증오 범죄’가 아닌 ‘편견 범죄(bias crime)’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증오 범죄는 동성애자, 소수 인종, 특정 종교인, 사회 약자 등에 이유 없는 편견이나 증오심을 갖고 테러를 가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말한다. 재판부는 “라비가 클레멘티와 동성애자를 증오했다기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무신경하게 행동했다”며 사생활 침해, 증거인멸 시도 등 비교적 가벼운 범죄만을 인정했다. 클레멘티 가족과 동성애 인권단체 등은 “라비의 잔인한 행동이 클레멘티를 죽였다”며 법원 판결에 강력히 반발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클레멘티의 부모인 조와 제인은 아들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동성애자 인권단체 타일러 클레멘티 재단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다녔던 교회도 동성결혼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발길을 끊었다. 그들의 또 다른 아들인 제임스 역시 동성애자다. 제인은 동성결혼 지지, 동성애 증오범죄 방지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상에는 단순히 동성애자를 괴롭히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이들을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신년 국정연설에서 소수자 인권보호를 주장하면서 ‘스톤월 투쟁’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동성애 인권운동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스톤월 투쟁은 1969년 6월 뉴욕 경찰이 동성애자들의 아지트였던 술집 ‘스톤월 인(Stonewall Inn)’을 급습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수십 년간 누적된 분노가 폭발하면서 전역으로 시위가 번졌다.

제인은 아들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상처받고 학대받는 수많은 젊은이가 있다는 것, 동성애자를 괴롭히는 것이 심각한 범죄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방 결혼보호법 위헌 판결이 난 직후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옳다는 확신이 더 커졌다”며 “이 판결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렸다”고 말했다.

프랭크 브루니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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