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구분 못하는 외국인들, 연일 핵 도발하는 북한 때문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생겨
폭력-거리투쟁 국내 3류정치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한몫… 대화-타협의 국회정치 복귀가 국격 높이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최근 수업 시간에 스웨덴 학생들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3개만 적어보라”고 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①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②김일성-김정일-김정은 세습 ③국회의사당 정치폭력 등 세 개가 차례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 뒤를 잇는 단어로는 한국전쟁, 88올림픽, 월드컵축구, 한류, 강남스타일 등이었다.
이처럼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아직 북한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인식되고 있으며 그 뒤를 정치인들의 정치폭력이 잇고 있다. 경제 10위 대국이니, 세계 1위 상품이니,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기업을 꼽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이미지와 연관된 단어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모습으로 이곳 학생들에게도 각인되어 있는 셈이다.
역대 정권들이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또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그 많은 특별예산을 퍼부었지만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줄기는커녕 최근 들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다.
더 심각한 점은 단지 이것이 북유럽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유럽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학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아직도 북한과 연계된 부정적 이미지, 그리고 한국 정치인의 폭력과 무능 등이 언론에 자주 언급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가 실제 폭넓게 존재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다.
우선 연일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김정일 사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이 최근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 형성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남한 (South Korea)으로 소개되고 북쪽 정권은 북한(North Korea)으로 소개되지만 이를 잘 분간하지 못하는 유럽인들은 남과 북을 합쳐 코리아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국을 소개할 때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고 하면 남한을 의미하는지, 북한을 두고 하는 말인지 몰라 확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처럼 한국은 북한이라는 이미지와 떼어놓고는 상상할 수 없는 국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정치폭력의 장면들은 북한 변수와 함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결국 한국의 정치인들은 우리나라의 추한 모습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단상 점거, 최루탄 정치가 전 세계의 뉴스거리로 등장해 조롱을 받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지방 정치인들까지 가세했다. 다름 아니라 진주의료원 문제를 둘러싸고 보여준 무질서한 의사진행과 멱살잡기가 전 세계에 전파돼 ”한국의 정치는 3류 정치”를 각인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한국의 중앙 및 지방 정치인들이 연출해 내는 장면들이 국가신인도, 그리고 국가의 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 보듯 훤하다. 요즘은 누구나 알다시피 지구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인터넷으로 한국에서 날아오는 정치폭력의 모습들이 여과 없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학교 교육 현장에서 폭력적 이미지들이 한국의 대표적 모습으로 소개되면서 외국의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싸우기를 좋아하는 나라로 각인되고 있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인들이라면 이런 정보통신 혁명 속에서 살아가는 지구촌에서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에 알려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이전투구 식 폭로 정치, 불확실의 정치가 한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인의 모습인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야당은 거리 정치가 아닌 국회 내에서의 토론과 협상으로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 야당의 거리 정치는 의회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행위다. 그리고 여당의 무능한 방관의 정치, 자포자기의 정치는 야당을 거리로 내모는 무책임한 행위다. 국가정보원의 댓글 달기 의혹으로 증폭된 부정선거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물타기 식 공격의 정치는 야당의 정치 포기를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이다. 결국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는 셈이다.
갑과 을의 정치 같은 소모적 정쟁보다, 국민을 진정한 갑으로 여기는 정치인의 자세가 우선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소모적 논쟁과 거리 정치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민생의 정치로 복귀하는 것이 진정한 을의 자세다.
정당과 정치인의 변화 없이는 한국 정치의 미래는 한 치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은 국민을 갑으로 보는 정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민주적 가치와 정치적 비전으로 국민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정치인들의 또 다른 이합집산이 된다면 한국의 정치발전에 다시 역행하는 행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은 오늘의 인기와 표만 의식하지 말고 미래의 역사적 평가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정치적 타협과 대화, 그리고 국민적 설득과 소통은 한국 정치의 새로운 지표를 제시해 주고 한국 정치의 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자 국격을 높이는 첩경임을 명심할 일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