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최용현]전문가 무시하면 결국 국민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일 03시 00분


2005년 도입된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제도가 내년부터 6년제로 환원된다. 제도 도입 당시 의료계 대다수가 반대했지만 정부는 5년간이란 단서를 달아 전격 시행했다. 그 후 등록금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며 800만∼1000만 원대로 급증했다. 강의 내용도, 교수도 달라진 것 없이 이름만 바뀐 채 등록금만 오른 것이다. 가난한 학생들의 진학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어렵게 됐고 수익성 없는 기초의학은 배제되거나 심지어 폐과됐다. 자의든 타의든 기본적인 인성과 생명에 대한 윤리가 경제 논리에 휘둘리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최근 의사들의 프로포폴 과용과 성추행 같은 비도덕적 행위는 의료윤리 실종과 무관하지 않다. 의료계는 이미 2009년에 6년제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했으나 무슨 연유에서였는지 교육부가 반대했다. 심지어 제도를 고수하는 대학에 지원금을 늘려 준다고 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교수 자리를 줄인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를 포함한 대다수 의대가 어떠한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6년제로 복귀할 것을 천명했고 치대 또한 대다수가 복귀를 희망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2014년부터 대부분 의·치전원이 다시 6년제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다행한 일이지만 그동안 문제점들은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갔기에 안타깝다. 사전에 충분히 현장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시행착오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아직도 각계각층의 많은 분야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들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많은 부분을,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잘못된 결과에 책임지는 정책 입안자는 없고 항상 국민이 희생으로 감수해야 하는 나쁜 관례가 이젠 바뀌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용현 STM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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