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들으면 실소할 말 좀 하련다. 아이 키우기, 참 힘들다. 겨우 17개월 키워놓고 이러긴 부끄럽지만, 애는 정말 지가 알아서 크는 게 아니었다! 애가 수은전지 삼킨 줄 알고 응급실로 들고 뛰었을 땐 정신이 혼미했다. 이번 주말, 생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 오전 8시 넘어 일어나니 얼마나 고마운지. 평소 6시면 꼬집고 치대고 난리다.
요즘 꼬마를 재우곤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을 본다. 고현정은 물론이고 아역배우 연기가 장난 아니다. 근데 가끔은 살짝 무섭다. 애들이 정말 저럴까. 반 친구를 괴롭히며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드라마대로라면 열세 살짜리 세상은 이미 어른과 똑같은, 아니 더한 약육강식 전쟁터였다.
주인공은 초등학생이지만, 왠지 눈길은 학부모에게 더 갔다. 아이들이 저리 행동하는 건 어른 책임이 상당할 터. 실제로 드라마 속 부모는 자녀와 제대로 소통하는 이가 드물었다. 먹고살기 바쁘거나 자기 생각에 갇혀 있을 뿐. 무신경과 집착만이 넘쳐난다.
TV 앞에서야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누가 저런 결과를 낳지 않는다고 자신할까. 솔직히 예전엔 길에서 생떼 쓰는 애를 보면 혀를 찼다. 지금은? 지난달 비행기에서 울고불고하는 아기를 보며 마음이 짠했다. 부모가 뭔 죄가 있나.
이 모순은 참 극복하기 어렵다. 하지만 따져보면 결국 책임은 부모가 져야 한다. 아이 버릇은 가정에서 든 거니까. 최근 연달아 출간된 책 ‘프랑스 아이처럼’(북하이브)과 ‘프랑스 아이들은 왜 말대꾸를 하지 않을까’(아름다운사람들)는 이런 고민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프랑스는 ‘우리처럼’ 애를 키우지 않는단다.
꽤 알토란같은 정보가 담긴 이 책들이 전하려는 충고는 간명하다. 명확한 룰과 규칙을 갖고 아이를 키우라는 거다. 애는 태어나자마자 하루 4∼5회 정해진 시간에만 분유를 먹이고, 한두 달만 지나면 혼자 알아서 자는 습관을 들인다. 어릴 때부터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걸 깨우쳐야 예절은 물론 독립심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진짜 가능할까 싶지만, 프랑스인들은 실제로 이런다.
사실 프랑스 육아법은 미국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아이 주위를 맴돌며 모든 걸 다 해주는 ‘헬리콥터 맘’은 원래 그네들 신조어 아닌가. 그들도 최근 그게 결코 아이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단다.
얼핏 들으면 이 육아법, 한국에선 신기할 게 없다. 오냐오냐 키우다 버릇 나빠진다고 숱하게 들어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가 더 미국식 교육논리에 젖어 있다. 자기 집에서 예의 없는 아이가 밖에선들 잘 할까. 무조건적 강요가 아닌, 합리적 권위는 자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거실의 왕 혹은 여왕은 부모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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