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슈퍼문(Super Moon)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가장 큰 달 ②가장 밝은 달 ③가장 둥근 달 ④가장 가까운 달. 6월 23일 저녁 슈퍼문이 떴다. 이날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언론마다 슈퍼문의 멋진 영상과 함께 재미있는 기사를 소개했다. 그런데 슈퍼문에 대한 설명이 조금씩 달라 혼돈을 준다.
달은 지구 주위를 한 달에 한 번꼴로 타원 궤도를 돈다. 1년에 12번 또는 13번(윤달) 뜨는 보름달 가운데 타원 궤도에서 지구와 거리가 가장 가까운 보름달을 슈퍼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슈퍼문의 정의에 해당하는 답은 ④번이다. 달 자체의 크기가 달라지진 않지만 가까울수록 겉보기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①번도 맞는 답이다.
슈퍼맨에 대한 질문으로 바꿔보자. 다음 중 슈퍼맨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가장 힘이 센 사람 ②가장 크고 건장한 사람 ③가장 악을 잘 물리치는 사람 ④가장 초능력이 많은 사람. 슈퍼맨은 보통 사람이 가지지 못한, 차원이 다른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④번이 정답이고 슈퍼맨이 악의 세력을 퇴치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③번도 정답이 된다.
그러면 다음 중 슈퍼컴퓨터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①가장 큰(부피) 컴퓨터 ②가장 큰(용량) 컴퓨터 ③가장 빠른 컴퓨터 ④가장 비싼 컴퓨터. 슈퍼컴퓨터는 정보처리 속도가 차원이 다르게 빠른 컴퓨터를 말한다. ③번이 정답이다. 속도가 빠르면 용량도 크기 때문에 ②번도 맞다.
데이터(Data)와 정보(Information)의 차이를 설명할 때 다음 공식을 든다. Data+System=Information. 의미 없는 데이터도 시스템으로 처리(가공)하면 의미 있는 정보가 된다는 뜻이다. 대중에게 시스템은 대개 컴퓨터나 스마트폰 수준이다. 지금은 차원이 다르게 방대한 빅데이터의 시대다. 빅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창조경제의 시대에 창조의 신천지는 빅데이터이고, 이를 처리할 슈퍼컴퓨터가 절실하다.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6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국제슈퍼컴퓨팅콘퍼런스(ISC 13)에서 한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는 기상청의 2대(해온, 해담)가 각각 91위, 92위로 평가됐다. 중국, 미국, 일본, 유럽의 슈퍼컴퓨터가 엎치락뒤치락 선두를 다투는 경쟁에서 한국은 인도나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뒤지는 10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한 수준이다.
성능만 가지고 순위를 매기는 건 억울하다. 돈만 있으면 성능이 좋은 비싼 슈퍼컴퓨터를 들여와 얼마든지 순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용 측면에서 봐도 한참 뒤진다. 선진국은 이미 기후변화, 우주, 핵융합, 게놈 같은 거대과학(Big Science) 영역은 물론이고 전염병 예방, 금융거래 추적, 경기 예측, 교통시스템 설계, 통신망 구축 등 공공 영역이나 경제 산업 영역에서 슈퍼컴퓨터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슈퍼컴퓨터의 활용은 대부분 기상 관측이나 기초적인 연구개발에 그치는 수준이다. 고속 성장과 단기 성과를 독촉하는 풍토 때문이다. 단기적 성과를 요구하는 정책 당국자나 예산 당국자의 눈에 슈퍼컴퓨터는 ‘가장 비싼 컴퓨터’일 수밖에 없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빌려 ‘빨리 가려면 컴퓨터를 쓰고 멀리 가려면 슈퍼컴퓨터를 써라’고 주문하고 싶다.
슈퍼문이나 슈퍼맨은 대중에게 동경이나 경이의 대상이다. 슈퍼문은 1년에 한 번씩, 슈퍼맨은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대중의 관심을 끈다. 우리나라에서 슈퍼컴퓨터는 처음 설치된 1988년 이후로 관심을 끈 적이 없다. 창조경제 시대에 빅데이터의 신천지를 놓고 슈퍼컴퓨터에 대한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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