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캠프 그리브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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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번 넘게 다녔지만 비무장지대(DMZ)에 들어서면 항상 큰 심호흡을 하게 된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현장에 대한 경외감이자 60년 전 시간이 멈춰 버린 비밀의 공간을 마주하는 숙연함 때문일 것이다.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판문점을 지키는 가장 가까운 군사시설은 유엔사령부 관할 미군기지 캠프 보니파스다. 비무장지대 400m 남쪽에 있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으로 숨진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을 땄다. 기지 내에 있는 한 홀짜리 파3 골프 코스는 지뢰밭으로 둘러싸여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코스’로 불린다.

▷과거 서울에서 임진강을 건너 군(軍)이 지정한 서부전선 민간인 출입 통제선을 넘어서면 처음 만날 수 있는 미군 부대가 캠프 그리브스였다. 남방한계선 2km 지점에 있는 이 부대의 기치는 ‘홀로 우뚝 서다(Stands Alone)’였다. 6·25전쟁 직후인 1953년 7월 설치된 이 부대는 2004년까지 주둔하면서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를 지원하기 위한 전투 부대로 활동했다. 비무장지대에는 권총 이외에 중화기를 갖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캠프 그리브스가 핵심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북한이 남침이나 기습 포격을 감행할 경우 자동으로 군사 개입이 이뤄진다는 뜻에서 ‘인계철선’으로 불렸던 주한미군은 점차적으로 평택 이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캠프 그리브스도 2007년 한국에 반환됐고 이제는 새로운 역사 테마파크로 거듭나고 있다. 전체 용지 22만5000여 m²(약 6만8000평) 중 절반이 조금 넘는 면적에 안보체험 시설, 생태예술, 휴양시설을 만든다. 냉전을 거치며 유일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군이 해외주둔 지역에서 사용하던 콘센트 막사와 생활관, 체육관 등은 원형을 보존한다.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비무장지대를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구상이 실현된다면 캠프 그리브스는 판문점과 연계돼 연간 1000만 명 이상이 찾는 세계평화공원의 주요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심호흡 없이 편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을 날이 기다려진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주한미군#캠프 보니파스#비무장지대#캠프 그리브스#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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