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즐겨 밥에 비벼 먹는 맛가루(후리가케)에 사료용 채소가 재료로 쓰였다. 선진 사회 진입의 문턱에 있다는 나라에 아직 이런 후진국형 범죄가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일만큼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량 맛가루의 제품명과 제조업체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맛가루 업체 전체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모든 맛가루를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멀쩡한 맛가루까지 거래가 중지되고 이미 구매한 것도 폐기하거나 반품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04년 불량만두 파동 때도 비슷했다. 당시 ‘쓰레기 수준의 무’라는 경찰의 과장 발표와 일부 언론의 ‘쓰레기 만두’라는 자극적 보도로 국민은 만두업체들이 식품 폐기물을 재료로 쓴 것으로 오인했다. 해당 업체명이 공개되지 않아 만두업계 전체가 고사(枯死) 위기에 몰렸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결국 불량업체 명단을 공개했지만 때는 늦었다. 도투락처럼 무혐의 판정을 받고도 부도를 맞은 억울한 회사도 있었다. 불량만두 업체로 지목된 25개 사 가운데 14개 사가 나중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공명심을 앞세운 경찰의 성급하고 애매한 발표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조차 맛가루 불량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제품 이름을 모른다고 한다. 불량식품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것은 좋지만 국민에게 발표를 할 때는 정부기관끼리 손발을 맞춰 정확한 정보를 내보내야 한다. ‘실적 알리기’에 눈먼 수사당국이 마구잡이로 단속하고 같은 정부기관의 확인 절차 없이 공개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불량식품은 박근혜 대통령이 척결을 강조한 ‘4대 사회악’에 포함돼 당국이 실적 부풀리기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식품안전 문제는 사회적으로 민감하다. 불량식품으로 판정하는 기준이나 공개 시점에 대해 신중하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해 따르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약처와의 공동조사 후 공동발표, 불량제품의 이름 적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이참에 정부는 공개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식품 제조사들도 승복하고 불필요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으며 소비자 권익도 보호된다. 다른 행정도 그렇지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식품안전 행정은 더욱 정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