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목표는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런 핵심 역할은 중소기업 몫이다. 국내 생산의 50%,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것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시각에서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라는 요구는 먼 나라의 이야기다. 대기업과 비교해 인력과 자금 등 모든 면에서 열악한 데다 세계경제 침체의 가장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당장 생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 처지에서 기존 기술과 시장을 포기하고 새로운 시장과 기술을 창출하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획기적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정부 출연연구소다. 산업기술 분야의 14개 정부 출연연구소의 연간 연구개발 예산은 2조1000억 원이나 된다. 또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기술 각 분야의 전문 연구 인력은 5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을 활용하는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중소기업 연구개발 분야의 부족한 부분을 진단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이 취약하다. 전문 제조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기술경쟁력 확보가 필수다.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생산성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26.8%(2010년 기준)에 불과하며 계속 낮아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이 비율이 62%에 이른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에 특성화된 신제품 개발 역량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여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을 미리 출시할 수 있도록 정보 수집, 기술 개발, 디자인 개선 등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통적 기술지원뿐 아니라 기술사업화, 기술기획 등 포괄적 기업지원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의 ITRI는 개방형 실험실 등 전통적 기술 지원과 함께 기업지원 전략 수립, 개방형 혁신센터 운영 등 포괄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 우리도 효율적인 중소기업 기술지원 모델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산업기술 분야의 정부 출연연구소를 활용한다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출연연구소의 기관별 특징을 반영해 일관성 있는 지원을 전담할 국가 허브기관을 운영할 필요도 있다.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기 위해 출연연구소들이 중소기업의 거름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