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군부 개입으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됐지만 무르시 지지파의 거센 반발로 내전을 방불케 하는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 휴일인 5일(금요일)에만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 간 충돌과 군부의 발포로 36명이 사망하고 1400명이 부상했다고 한다. 민주화 혁명 이후에도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2012년 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무르시 대통령은 다수 국민의 의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라를 끌고 갔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낼 때 봉기한 이집트 국민이 200만 명인 데 비해 지금 2000만 명이 반(反)무르시 시위에 참여한 것은 ‘이슬람 독재’에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무르시 대통령은 자유와 개방, 경제 재건과 일자리를 원하는 다수 국민의 희망과는 달리 정치적 반대파와 언론을 탄압하고 장관과 주지사에 무슬림형제단 출신을 대거 임명했다. 물가는 오르고 국민 생활은 더 궁핍해졌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개입은 무르시 지지자들이 반발할 빌미를 제공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은 리비아 이집트에서 독재자를 몰아냈으나 근본주의와 세속주의의 갈등, 피폐한 경제, 군부의 정치 개입 등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은 여전히 난항(難航)이다. 민주주의는 독재자 한 명을 축출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민주주의 가치를 내면화해야 완성된다.
군부가 빠른 시일 내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고 무슬림형제단까지 포용한 자유로운 총선을 통해 합법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길이다. 이집트는 이미 5000여 년 전에 문명을 일군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나라다. 오늘의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아랍권의 모범적 민주국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