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국민들의 응원, 전통시장 지원책, 제도적 배려 등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전통시장을 위한 더없이 좋은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과 물질적 지원에만 매달리는 상인리더 및 상인회의 소극적 대처로는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없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실마리는 리더의 발전적 안목과 구성원 전체의 단합에서 풀어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관광명소로 거듭난 일본 히코네시장 사례를 보면 전통시장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상인리더의 혜안과 그를 믿고 협력하는 상인조직의 단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일본 히코네시장 상인들은 1986년 ‘올드 뉴타운(Old New Town)’이라는 장기적인 활성화 목표를 잡고 대대적 개혁에 착수했다. 6m에 불과한 시장 골목의 폭을 18m로 넓히는 동시에 17세기 에도시대의 풍경을 살려냈다. 현대와 전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영리한 개발이었다. 확장공사에 사유지를 내놓은 주민에게는 지자체의 지원이 이어졌고 상인과 주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공동체를 설립해 리더와 구성원들의 적극적 노력으로 서로 간의 유연한 관계가 성립됐다. 시장 외관이 완성된 후에는 히코네시장 상인회 전체가 에도시대 전통의상을 맞춰 입고 고객몰이에 나섰고, 지역과 시장의 특성을 활용한 상품개발에 힘쓰는 등 독자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발적 노력이 이어졌다.
히코네시장의 성공은 상인, 주민, 지자체 모두의 양보와 상생협력으로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전통시장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상품의 품질, 시장 내 청결, 불친절 등 ‘상인 고유의 문제’라는 응답이 65%를 차지했다.
구태의연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떠나간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자발적 노력과 단합이 우선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전체 상인들의 열정을 현명하게 통솔하기 위한 상인리더의 역할이 발전의 촉진제로 작용해야 할 것이다.
상인리더는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여, 전통시장 발전을 위한 비전과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봉사정신과 모범적 삶의 태도로 시장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카리스마가 요구된다. 여러 이권과 권력에 매달려 가시적 성과와 잇속을 채우기에 급급한 상인리더가 많이 있는데, 이러한 상인리더가 있는 한 전통시장의 발전은 요원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가장 효과적이고도 지속가능한 발전은 리더 혼자만의 힘이 아닌, 여럿의 의지와 노력을 합쳐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고객이 감동하는 행복한 전통시장은 이제 목표가 아닌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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