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호열]해외까지 나가 국익에 재 뿌리는 환경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0일 03시 00분


송호열 환경정보평가원 공동대표
송호열 환경정보평가원 공동대표
태국은 열대계절풍 기후지역이라 여름철 강수 집중률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한강 같은 짜오프라야 강은 2011년 대홍수가 발생해 81명이 사망하고, 11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80만 채의 건물이 파손되는 등 약 54조 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태국은 12조4000억 원을 투입해 2016년까지 저수지와 방수로, 저류시설 등을 건설하고 하천을 정비하기 위한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언제 또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이런 엄청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태국은 이와 같이 엄청난 사업을 할 만한 기술력이 없다.

그런데 때마침 태국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여 4대강 정비 현장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 이후 이처럼 어마어마한 국책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에 고무된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과 함께라면 태국의 물관리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이 사업의 수주에 우리나라의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도 뛰어들었고, 6조1000억 원 규모의 방수로와 저류시설 사업 부문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어 실사 과정을 거쳐 9월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 환경운동연합의 염형철 사무총장이 태국에서 개최된 한 세미나에 참석하여 수공을 폄훼하는 내용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수공은 타이포스트와 더네이션의 보도 내용에 근거하여 염 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염 씨는 자신이 발표한 내용을 왜곡한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하면서 주요 언론의 정정보도 및 국토부와 수공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의 진위에 대해서 분명하게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염 씨가 주장하는 내용을 사실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이는 분명히 우리나라가 태국 물관리 사업을 수주하는 데 훼방을 놓은 것이다. 염 씨는 자신이 쓴 글에서 ‘수공이 방수로와 대형 저류지 같은 분야에서는 경험이 거의 없다’ ‘수공의 방수로 사업과 초대형 저류지 사업에 대한 실적이 미흡하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수공의 부채비율이 758%나 증가하였다’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고 공개했다. 염 씨는 이 내용이 환경운동의 국제적 공조 차원에서 세미나에 참석하여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내용은 전혀 환경적인 것이 아니라 우선협상대상자인 수공의 사업수행 능력에 대한 평가이다. 그나마도 어찌된 일인지 부채비율 증가를 강조하였다.

수공의 부채비율은 123%로 사업 수행에 전혀 지장이 없다. 환경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수공이 사업을 수주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아니고서야 이런 해괴한 통계를 강조할 리 없지 않은가. 태국 물관리 사업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주전을 지원해 온 사업이다. 또한 이번 태국 물관리 사업의 수주는 단순히 6조1000억의 경제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세계 물산업 시장에서 확실한 지위를 차지할 절호의 기회이다. 그리고 일부 미흡했던 점이 드러난 4대강 사업을 완성할 수 있는 국제적인 무대이다. 염 씨는 국익을 해친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우리나라가 태국 물관리 사업을 최종 수주하여 친환경적으로 사업을 완수하는 데 노력을 보태야 할 것이다.

송호열 환경정보평가원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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