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평준화 찬반 투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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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의 고교 평준화 실시 여부를 놓고 진행된 학생 학부모 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71%로 집계됐다. 이번 결과는 한국의 교육정책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진보 교육감’으로 불리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추진해온 고교 평준화 확대 정책이 마무리되면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평준화를 도입하지 않은 지역이 충남 한 곳만 남게 됐다. 충남 역시 천안시를 대상으로 올해 10월 찬반 투표를 예정하고 있다.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이 시작된 이후 ‘전국 확대’가 이뤄질지 관심을 모은다.

▷지금은 고교 평준화가 대세인 듯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평준화는 ‘수술 대상’이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 주자들은 저마다 평준화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학규 대선 주자는 “평준화 지역에 선지원 후시험 제도를 도입해 학교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대선 주자의 독자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평준화가 가져온 부작용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었다.

▷최근 평준화 도입의 강력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지역 내 찬반 투표다. 하지만 평준화 여부를 여론조사에 부치면 구조적으로 찬성 의사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평등의식이 어느 나라보다 강한 우리 사회에선 더 그렇다. 어느 조사에서나 찬성 의견이 70, 80% 정도 나온다. 진보 교육감이 취임한 강원도교육청이 춘천 원주 강릉시에 평준화를 도입하기 위해 2011년 실시한 지역별 조사에서도 찬성이 각각 70.8%, 69.1%, 71.5%를 차지했다.

▷이번 용인시 조사에서는 아직 사리에 밝지 않은 중학교 1, 2학년생을 조사 대상에 참여시켰다. 전체 참여 인원의 절반이 넘는다. 조사의 타당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교육 문제를 인기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민심은 그때그때 바뀔 수 있지만 어느 교육제도든 양면성이 있으므로 사려 깊은 결정이 요구된다. 평준화만 하더라도 무사안일의 학교 풍토와 지역 격차에 따른 불평등을 초래했다. 정치논리가 득세하면서 교육현장이 더 혼란스러워졌다. 혼란의 종착점이 도대체 어디일까 걱정이 앞선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고교 평준화#김상곤#찬반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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