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이경]국제중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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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경 중앙대 교수
김이경 중앙대 교수
재벌 자녀의 부정 입학으로 촉발된 국제중학교 논란이 쉽게 식을 것 같지 않다.

국제중은 사실 중학교 단계에서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운영을 시대 요구에 맞춰 개선하고자 하는 작은 시도였다. 이 시도가 작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 중학교 정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중학교 무시험제도(1968년 도입)의 틀을 깨고, 학생 선발과 비싼 등록금 부과를 허용한 최초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파격을 정당하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목적뿐만 아니라 절차와 방법도 정의롭게 추진됐어야 했다. 국제중이 소수 부유층 자제만 입학하는 귀족학교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입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이 거꾸로 재벌이나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입학 통로로 악용되고 성적 조작까지 벌어졌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보통 부모들은 심한 허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비싼 교육비용 탓에 입학 기회를 봉쇄당한 학생에게 기회를 주고 장학금을 지급함으로써 40년간 유지되어 온 중학생 선발정책을 새롭게 정비하고자 했던 시도는 정교하지 못한 제도 설계와 지도층 인사들의 이기심, 당국의 감독 부실 때문에 추한 모습을 드러냈다. 급기야 국제중 지정 취소나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유보한 채 형평성 위주의 양적 팽창 정책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교육발전을 일구어 냈다. 그러나 획일적 정책과 제도로는 더이상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 이제는 학교교육의 다양성과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교육 제도는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허물기도 쉽지 않다. 그 안에 오늘도 잠을 설치며 노력하는 우리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중의 폐지만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 이 기회에 제도의 설계가 미비한 부분은 보완하고, 비리가 있는 사람은 철저하게 가려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중이 중학교 교육의 변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김이경 중앙대 교수
#국제중#교육비용#학교교육#교육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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