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에 대한 불안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믿을 건 결국 내 몸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류. 2009년 일본 내에서는 알코올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무알코올’ 맥주가 본격적으로 출시됐다. 그전에도 알코올 도수를 낮춘 맥주들이 선을 보였지만 문제는 맛. 톡 쏘면서 시원하고 뒷맛이 쌉싸름한 여운을 느끼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은 외면하는 게 당연했다. 임산부가 주요 소비층이었다.
그런데 2009년을 기점으로 대거 출시된 일본 맥주회사들의 무알코올 맥주는 이 한계를 극복했다. 산토리의 ‘올프리(all-free)’, 삿포로의 ‘프리미엄 알코올 프리’, 아사히의 ‘드라이제로’, 기린의 ‘프리’ ‘쉬는 날의 알코올 0.00%’ 등 이름도 다양한 제품들은 맥주의 목 넘김, 쌉쌀한 뒷맛과 부드러운 거품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는 2008년 6000만 개 정도 팔렸지만 매년 2배 이상 성장을 거듭해 올해에는 8억6160만 개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일본 인구 1인당 연간 250mL 캔 7개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초 성인 5만 명을 연령별로 분석한 산토리 음료회사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40∼60대 남성들은 “맛이 맥주랑 같은데 칼로리가 0에 가까워서” “당류(糖類)가 아예 없어서”를 선택 이유로 꼽았다. 20, 30대는 ‘술을 먹지 않았지만 마치 먹은 기분이 들어서’가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살을 빼면서 건강도 챙기는 다이어트로 2000년 초반부터 일본에서는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단일 식품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었다. 2005년 한천(우뭇가사리 추출액으로 만든 해조가공품) 다이어트, 2007년 낫토(생청국장) 다이어트가 인기를 끈 데 이어 2008년에는 ‘바나나 다이어트’가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해 일본 재무성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바나나 다이어트 열풍이 분 직후인 9월 바나나 수입률이 25%나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토마토 붐이 일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였다고 한다.
음료수 업계도 이미 건강음료시장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건강검진 개념도 바뀌었다. ‘케어프로’란 기업은 단돈 5000원으로 간단한 건강검진을 시내에서 받을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만들어 승승장구 중이다. 혈당, 중성지방,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골밀도 중 1, 2개 단일 검사만 상품화시켜 메뉴 1개당 5000원을 받는 것이다. 비정규직 회사원이나 실업자, 주부들의 호응이 뜨겁다고 한다. 저성장 시대에 지킬 것은 내 몸밖에 없다는 일본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신기하게도 우리와 너무 판박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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