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의 변덕스러운 대화공세에 차분하게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을 하는 와중에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회담까지 하자고 제안했다가 하루 만에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산가족 회담은 받아들이고 금강산 회담은 거부한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북한이 그제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 회담을 묶어 제안한 것은 정부가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실현하기 위해 금강산 회담에도 응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던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개성공단 회담에 집중하자”며 금강산 회담은 거부하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북한이 두 회담의 보류 이유에 대해 “‘우리도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왔다”고 밝혔으나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이어 금강산 회담을 제안한 것은 돈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으로서는 개성공단 가동이 3개월 넘게 중단되면서 들어오다 끊긴 달러가 몹시 아쉬울 것이다. 북한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장마철을 언급하며 몇 개 기업만이라도 당장 가동하자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강산관광은 개성공단과 닮은꼴이다. 개성공단처럼 금강산관광도 북한에는 중요한 ‘달러박스’다. 또한 개성공단이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중단됐듯이 금강산관광도 북한 초병의 남측 관광객 사살로 중단됐다. 개성공단 회담조차 난항인 마당에 금강산 회담을 덥석 받을 수는 없다. 정부가 금강산 회담을 거부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었다.

북한의 대화 공세에는 국제적 압력을 피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북한은 최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26 대 1로 철저하게 외톨이 신세를 경험했고 중국마저 ‘북핵 불용(不容)’에 동참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종 대화를 제안함으로써 국제사회를 향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북한이 금강산과 이산가족 상봉 회담을 ‘보류’한 것은 대외적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익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성공단이 또다시 북한의 일방적 조치로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안전장치를 확보하겠다는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북측에 다시 촉구한 이산가족 상봉 회담은 성사될 경우 상시 면회와 자유로운 서신 교환으로 진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옥석을 가려가며 차분하게 대화에 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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