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주도로 구성한 전문가 협의체가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40일간의 활동을 끝냈다. 국회 산업위의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여상규, 민주당 오영식 의원은 그제 “협의체 내에서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유감”이라며 “한국전력은 주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밀양 주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현실적 고려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이 정도면 공사 재개를 현실적 방안으로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의 반발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국전력 조 사장,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김준한 대표는 5월 29일 국회 산업위가 제시한 중재안에 서명하고 40일 동안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이 추천한 3명,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단체가 추천한 3명, 국회가 추천한 3명(여야 합의 추천 1명, 여야 독자 추천 각각 1명) 등 9명으로 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어 송전탑 건설 문제를 검토했다. 협의체 위원들 가운데 5, 6명의 과반수가 “송전탑 공사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주민단체가 추천한 위원들이 수용하지 않아 합의에는 실패했다.
밀양 송전탑 건설이 계속 늦어져 선로를 제때 가설하지 못하면 올해 말에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인 140만 kW급 신(新)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정상 가동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올겨울과 내년 여름의 전력 공급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정부는 우려한다. 선로를 땅속에 묻는 지중화(地中化) 역시 기술적인 문제나 공사 기간, 비용의 문제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접고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밀양 주민은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송전탑 공사 재개를 수용했으면 한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보상 문제 협의 등에서 성의 있는 자세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