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20>그들에게 패션은 무슨 의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3일 03시 00분


네일숍이 성업 중이다. 네일숍에선 손톱을 다듬고 다양한 색상의 매니큐어로 ‘나만의 손톱’을 만들어준다. 매니큐어(manicure)는 ‘손’을 뜻하는 라틴어 마누스(manus)와 ‘관리’를 의미하는 큐어(cure)를 합친 말. 기원전 3000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고대 중국에선 왕족들이 고무나무 수액을 섞어 만든 염료로 손톱을 치장했다. 이집트에도 염료를 바르는 풍습이 있었다. 당시엔 남성용이었다. 전쟁터에 나갈 때 입술과 손톱을 강조했는데 진한 색을 사용한 사람이 높은 신분이었다. 매니큐어는 로마시대에 이르러서야 여성용으로 쓰이게 되었다.

매니큐어는 이처럼 다르게 보이고 싶은 ‘차별화’ 욕망의 발현이다. 누구나 그런 욕구를 가지고 있다. 교복만 해도 남학생의 경우 바지폭을 줄여 교칙에 맞서는 자신의 용기를 과시하려 든다. 여학생들은 치마의 폭과 길이를 줄여 날씬한 몸매를 강조하려 한다.

이 같은 차별화 노력이 패션이다. 남자는 넥타이나 셔츠, 구두, 여성은 가방이나 옷, 액세서리를 통해 개성을 연출한다.

패션은 신분과도 밀접하다. 여성의 경우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패션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패션을 활용하는 것일까? 남자들일까?

대다수 남성은 여성이 튀는 차림을 하지 않는 한 기억하지 못한다. 남성의 시야는 카메라의 망원 렌즈와 같다. 먼 것을 보는 데는 익숙하지만 가까이 있는 것들을 살펴보는 데는 성능이 떨어진다. 마주 선 여성을 보더라도 얼굴로부터 떨어져 있는 액세서리는 인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매니큐어가 어떤지는 더욱 알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여성의 시야는 광각 렌즈와 같다. 넓은 시야를 통해 웬만한 것은 한눈에 들어온다. 상대 여성의 머리 스타일부터 발톱 손질 상태는 물론 가방의 상표와 짝퉁 여부까지. 그러니 남편이 찾아헤매는 TV 리모컨을 아내가 대번에 찾아내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성에게 패션은 끼리끼리 통하는(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기 드러내기 수단이며 남성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부차적이다. 그들에게 패션은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 살아가기 위한 차별화의 수단이며 ‘왕따’를 피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패션을 통해 읽어내는 정보는 남자들의 자동차에 비해 훨씬 상세하며 구체적이다. 이를테면 경제력과 취향, 안목 같은 것들을, 상대의 패션을 통해 한눈에 파악해낸다.

이처럼 스타일이 자신의 등급이자 경제력을 의미하기에, 여성들은 외출할 일만 생기면 옷장 앞에서 고심을 하는 것이다.

한상복 작가
#네일숍#패션#차별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