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앞서 북한의 위협과 한국군의 준비 태세를 엄밀히 재평가하자고 미국에 제안했다. 전환 시기보다는 우리의 안보 상황과 한국군의 대처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성공 이후 달라진 안보 환경을 감안해 전작권 전환에 만전을 기하자는 취지다. 사실상 재연기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작권은 2007년 2월 한국과 미국이 2012년 4월 17일 한국 측에 넘겨주기로 합의했으나 2010년 6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전환 시기를 한 차례 연기하기는 했으나 국내에서는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하는 데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재 한미연합사령관 대신 한국 합참의장이 전작권을 넘겨받으면 자동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연합방위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전작권 전환의 재연기를 제안했다고 해서 그대로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한미 양국은 전환 시점의 한반도 안보 상황과 한국군의 준비 상황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단서 조항에 합의한 바 있다. 올해 10월 서울에서 열리게 되는 한미군사위원회(MCM)와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의 논의에서 최종적인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전작권 전환이 예정대로 이뤄지든, 아니면 조금 늦춰지든 간에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한미의 연합작전 능력이 약화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한국군이 국방의 최종 책임을 진다는 기본 방향과 각오는 달라질 수 없다. 이미 향후 10년간 최소 4800억 달러에서 최대 1조 달러의 국방비 감축을 결정한 미국이 주한미군 전력을 감축하더라도 국방 태세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과거 정부부터 추진해 온 전투형 강군(强軍) 건설을 위한 상부 지휘구조 개편 작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실망스럽다. 법안 처리의 열쇠를 쥔 국회는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우리가 재연기를 제안한 목적은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다시 점검해 보자는 것이다. 이번 제안이 전작권을 넘겨받기 싫어 미적거리는 것처럼 미국에 비쳐서도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