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혁신학교 행정실장이 교사들의 부당한 업무 개입으로 공직생활에 회의를 느낀다며 서울시교육청에 고발 편지를 보냈다. 행정실장은 교사들이 특정업체를 지목해 물품계약을 강요하거나 동일물품의 분할 계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모두 규정 위반이다. 보안을 위해 학교장 등 제한된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는 회계 시스템에 교사들이 스스로 권한을 부여해 접속하고 있다고도 고발했다. 이것도 월권(越權)이다.
혁신학교는 학급당 인원과 학급 수를 줄여 맞춤형 자기주도 학습을 권장하고,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운영과 교과과정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다. 좌파 교육감들이 설립을 주도해 현재 서울 67개, 경기 195개 등 전국에 456개교가 있다. 학교별로 매년 평균 1억4000여만 원의 특별예산도 지원한다. 성격상 다른 학교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행정실장의 고발 내용을 살펴보면 혁신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세(勢) 과시를 하며 예산 규정이나 행정실의 권한을 무시하는 집단적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이들이 교과나 학생 지도, 학교 운영에서 비교육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더 큰 문제다.
전교조는 1982년 한국YMCA중등교육자협의회와 1986년 교육민주화선언, 1987년 전국교사협의회를 거쳐 1989년 창립됐다. 교사들은 줄기차게 기존 교육계의 부조리와 교육부, 교장 등의 권위주의를 질타하고 ‘참교육’을 주창했다. 그런 전교조가 최근에는 스스로 ‘권력집단’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공학련) 같은 안티전교조 단체가 결성되고 해마다 조합원 수가 줄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교조에는 ‘꼭 있어야 할 교사’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교사’가 공존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혁신학교도 평판이 좋은 학교가 있는가 하면 일반학교만도 못하다고 비판받는 학교도 적지 않다. 학교의 형태와 상관없이 교사의 본분은 학습지도와 교과 연구다. 집단의 힘으로 ‘잿밥’에 손을 대는 것은 ‘참교육’과 거리가 멀다. 이참에 혁신학교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혁신학교가 전교조 교사들의 세 과시와 이권 챙기기로 오염된다면 퇴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