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주펑]스노든의 분노 잊혀져선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환승구역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지난달 23일 홍콩에서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타고 떠난 이래 스노든의 운명은 끈이 끊긴 연처럼 하늘을 떠돈다. 러시아는 스노든을 체포한 후 미국으로 송환하기를 거부해 미국의 체면을 세워 주지는 않았지만 스노든의 망명은 단호히 거부했다. 러시아가 비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럽에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두고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더이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결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러시아는 이미 과거의 러시아가 아니다.

지난달 초 홍콩에 도착해 미 국가안보국(NSA)이 자행해온 미국 내는 물론이고 세계의 인터넷 및 통신에 대한 감시 및 정보 수집을 폭로해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집행한’ 그는 슬픔과 실망을 느낄 것이다. 스노든은 러시아에 도착하면 크렘린궁이 그의 망명 신청을 허용하리라 생각했다. 러시아의 보호만 받으면 다시는 미국의 위협과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실은 냉혹했다. 푸틴 대통령은 망명 조건으로 미국의 명예를 더이상 훼손하지 않을 것, 즉 폭로 중단을 요구했고 그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노든이 폭로한 현실은 사실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정보기구가 하는 일은 본질상 같다. 다만 능력과 정보 감시 및 수집 범위에서 정도의 차이만 존재한다. 스노든은 아주 드물게 미 정보기구의 ‘딥스로트(deep throat·익명의 내부 제보자)’로서 세계에 미 정보기구의 흑막을 공개했고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각국 정보기관의 추문을 터뜨렸다.

어려움은 있지만 스노든은 여전히 위대한 고발자다. 역사는 종종 개인에게서 창조된다. 그들에게는 일반인이 미치지 못하는 열정과 충동이 있다. 스노든의 폭로로 세계는 미국의 인터넷 정보수집 및 감시능력이 이처럼 거대하고 공포를 주는 정도라는 것을 알았다. 세계 사이버 안보는 스노든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

공항의 환승구역에 묶인 스노든의 상황은 오늘날 세계 권력체제에서 미국이 여전히 안정적이고 단일한 패권적 지위를 갖는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시달렸고 재정적자로 해외에 대한 군사적 관여를 억제하지만 이는 날다가 지친 매처럼 호흡을 고르고 몸을 추스를 장소를 찾고 있는 것과 같다. 세계는 여전히 전형적인 미국 유일 패권의 세계다.

스노든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정보수집과 해킹을 폭로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해 인터넷 간첩활동을 한다고 강력하게 비난한다. 하지만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가 미국에 스노든의 폭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 외에 다른 중국 공무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중국은 매우 불만이지만 예정대로 미국과 사이버 안보대화를 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스노든의 폭로로 중국인은 불만이고 유럽인은 분노하며 국제사회는 떠들썩하다. 그러나 스노든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독한 상황에 처했다. 불만과 분노의 값어치가 몇 푼 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패권은 중국인과 국제사회가 아무리 흥분해도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세계 대국 중 어느 누구도 감히 ‘미국의 반역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사실은 세계 정치의 본질은 여전히 그리고 철저하게 실용주의라는 점을 설명한다. 이번 사건은 국제 권력체제에서 중-미 간 거대한 힘의 차이를 보여줬다. 중국은 진정으로 이 차이를 축소하고 싶다. 중국인이 이러한 권력 차이와 이런 차이를 만드는 체제 및 사회요소에 대해 충분히 사고하고 있는지, 중국을 발전시키고 변혁하려는 충분한 용기와 결심이 있는지에 달려 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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