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세계적 메카였던 미국 디트로이트 시가 빚더미에 허덕이다 18일 결국 부도를 선언했다. 디트로이트 시는 미국 3대 자동차 브랜드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의 본산으로 잘나갔던 대표적인 기업도시다. 시가 갚지 못한 빚은 180억 달러(약 20조2600억 원)로 서울시 한 해 예산과 맞먹는다. 도심 곳곳엔 빈 건물이 7만8000채나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고, 시내 가로등 40%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낮에도 걸어 다니기가 무서운 치안불안 도시가 돼 버렸다.
디트로이트 시의 몰락은 미국 자동차산업 침체와 맞물려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강성 노조 탓이 크다. 1950년 GM 노사가 맺은 ‘디트로이트협약’은 시를 노조 천국으로 만들었다. 이 협약은 근로자들이 퇴직해도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회사가 대신 내주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는 골병이 들었다. GM은 1993년 이후 파산 직전인 2008년까지 15년 동안 퇴직자 연금과 건강보험료로 1030억 달러(약 115조 원)를 지출했다. GM 파산 때 연금과 무상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퇴직자는 40만 명이었다. 당시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18만 명보다 배나 더 많으니 꼬리가 몸통을 망친 격이다.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기업 환경이 좋은 남부 쪽으로 옮겨갔다. 주력기업인 자동차회사가 떠난 디트로이트는 불 꺼진 도시로 변하며 실업률은 18.6%로 미국(평균 실업률 7.6%)에서 가장 높다. 시는 자동차회사들이 떠나며 인구가 급감해 도심이 텅 비고 세수(稅收)가 줄어드는데도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 모노레일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한다며 채권까지 찍어 빚을 더 냈다.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은 한국에 주는 교훈이 적지 않다. 미국 자동차산업 불황으로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한국 자동차회사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일부 자동차 노조는 지나친 혜택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는 그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현대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보듯 영원히 번영하는 기업도시는 없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환경이 나빠지면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곳으로 짐을 싸서 떠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17개 광역지자체와 244개 기초지자체가 진 빚은 27조1252억 원이나 된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구조조정은커녕 여전히 SOC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시의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파산한 디트로이트 사례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