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0, 21일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일대는 폭력이 난무하는 ‘해방구’였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사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이른바 ‘희망버스’ 시위대가 공장을 점거하려다 회사 측과 충돌해 110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철조망으로 된 공장 담벼락에 밧줄을 걸어 무너뜨렸고 회사 측은 소화기와 물대포로 맞대응해 아수라장이 됐다.
버스와 열차를 타고 전국에서 모인 3000명(경찰 추산)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시위대, 회사 직원, 경찰이 죽봉에 이마가 찢어지고 돌멩이에 얼굴을 맞았다. 폭력 시위는 2시간 반 넘게 계속되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적극 저지하면서 잦아들었다.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 때 처음 등장한 버스 원정시위가 갈수록 불법 폭력화하는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시위자들은 현장을 취재하던 채널A 카메라기자를 폭행하고 카메라를 파손했다. 폭행을 당한 김현승 기자(35)는 허리와 머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취재기자를 폭행한 행위는 언론 자유를 짓밟는 폭거다. 뉴스현장을 촬영한 카메라를 보호하기 위해 가슴에 끌어안은 기자를 마구 때린 폭력행위자들을 끝까지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폭력이 발생한 후에야 개입하는 경찰도 문제다. 뻔히 폭력 사태가 예상되는데도 사전에 막지 않고 뒤늦게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강경진압 논란으로 경찰청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옷을 벗거나 징계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그럴 것이다. 정부 당국이나 경찰 수뇌부는 앞으로 법에 따라 불법시위를 진압할 경우에는 경찰관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시위대들이 경찰을 무서워하지 않는데 어떻게 엄정한 법집행이 가능하겠는가.
희망버스 시위대는 278일째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병승 천의봉 씨를 응원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최 씨는 현대차의 사내 하청업체 해고근로자 출신으로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파견이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 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놓고 현대차와 금속노조가 협상을 하고 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현대차와 금속노조는 성의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하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행사해선 안 된다. 오죽하면 울산 시민단체들이 ‘지역경제에 절망버스, 울산시민에 고통버스, 물러가라 희망버스’라는 피켓을 들고 반대 집회를 열겠는가. 이런 폭력 시위를 방치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법치(法治)에 대한 의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