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영중]‘현장중심 직업교육’의 성공 보여준 기능올림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이달 7일 끝난 제42회 독일 라이프치히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하나씩 호명될 때 선수단장으로서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나라는 금 12개, 은 5개, 동 6개, 우수상 14개로 참가한 전 직종에서 수상함으로써 통산 18회 종합우승, 제39회 대회부터는 4연패를 이루었다.

기능올림픽은 근대화 이후 우리나라가 세계를 제패한 첫 번째 대회였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이를 사업전략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활용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외국 선박회사로부터 배를 수주할 때 500원짜리 지폐에 인쇄된 거북선을 보여주면서 조선 기술의 오랜 역사를 알리는 한편 우리나라가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웠다고 한다. 이렇듯 기능올림픽은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를 발전시킨 실질적 기제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기능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것은 둘째 치고 심각한 이공계 기피 현상 등 ‘기능’ 자체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개인의 실제 능력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경향은 1996년 대학설립자유화정책 이후 늘어난 대학의 수만큼이나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도 산업현장에 필요한 직무 능력을 갖춰서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직업교육이 아닌, 대학 진학을 위한 계속교육의 일환으로 전락했다.

지금도 전문계 고교 상당수가 대학 진학을 위주로 교과과정을 구성하는 등 직업교육과 산업현장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대학진학률은 지난해 기준 7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고학력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근로자를 채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작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 초 연두연설에서 독일처럼 기술교육을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고교 교육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화두를 미국 사회에 던진 바 있다.

도제제도의 원조 격인 독일은 중등교육단계에서 학교가 아닌 산업현장의 실무교육으로 인력을 육성하는 이원화 제도를 운영한다. 이를 통해 OECD 평균 청년 실업률(24%) 대비 현저히 낮은 7%대의 청년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학교 중심 직업교육훈련에서 과감히 벗어나 산업현장을 교과서로, 현장의 숙련기술인을 스승으로 삼아 일터를 배움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활용해 산업현장의 경력이 사회에서 학력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의 기술 우대 풍토를 만들어 나가려 하는 이러한 움직임은 바람직하다. 청년들이 기술을 외면하고 대학만 가려고 하는 세상에서 국제기능올림픽은 대학이 아니더라도 현장 중심의 직업 훈련·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토대가 구축될 때 국제기능올림픽 18번의 종합우승은 더이상 박제된 장식이 아닌, 대한민국을 능력중심사회로 이끌어 주는 등대이자 우리 국민 모두가 즐기고 행복해 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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