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라 곳간 위험하다]<7·끝>국민부터 ‘공짜 점심 없다’는 것 알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선심성 복지공약을 쏟아냈다.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 보따리를 경쟁적으로 풀면서도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얼버무렸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작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총선공약을 모두 이행하고 남북통일에 따른 통일비용이 늘어나면 2010년 33.4%였던 국가채무비율이 2050년에 153.9%(새누리당)∼164.5%(민주당)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집권했더라도 공약을 모두 밀어붙이다 보면 한국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유럽 미국 일본의 경험에서 보듯 정치권의 ‘퍼주기 경쟁’으로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면 경제위기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비교적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은 건전한 재정이었다. 그러나 인구의 고령화와 복지지출 확대 등으로 쓸 곳은 크게 늘어나는데 세수(稅收)는 줄어들고 있어 ‘건전 재정국가’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정치권은 나랏돈 쓰는 데 열을 올리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일에는 소홀하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의료 교육 관광 등 고(高)부가가치 서비스업 규제 완화가 10년 넘게 겉돌고 있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고급 서비스업 규제 혁파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계층 간 위화감’을 들먹이거나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법률 개정의 발목을 잡았다.

정치가 오히려 경제와 민생의 걸림돌이 되는 해묵은 구태(舊態)를 고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의 책임도 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난해 3월 “대중은 ‘공짜 점심’을 원하고 정치인은 표 경쟁 때문에 유권자에게 공짜 점심을 제시한다”면서 정치인들이 내놓는 선심성 공약과 허술한 재정관리가 미국 경제를 파산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국민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구(警句)를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치를 바꿔 놓으려면 국민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결국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정의 상당 부분을 조달하는 것은 기업이다. 정부의 기업 때리기와 강성 노동운동이 극성을 부리면 기업들이 여건이 좋은 해외로 둥지를 옮기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경제 논리다.

본란(本欄)은 16일부터 7회에 걸쳐 위험수위에 다가선 한국 재정과 경제 현실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팎의 험난한 경제 현실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힘겹게 쌓아올린 성취가 허물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세금 쥐어짜기가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당대(當代)는 물론이고 다음 세대의 한국인들이 세계 속에서 어깨를 펴고 살아가려면 깨어 있는 국민, 정직한 정치, 강력한 리더십이 합심해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