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구상이다. 과거와 같은 ‘대북한’ 접근, 즉 군사, 경제, 교류, 원조, 햇볕정책을 통한 양국 간 또는 3자, 4자, 6자 회담을 넘어 세계를 끌어안는, 인류지구촌 보편가치와 최고의 적극적 평화이념으로 남북관계를 돌파해 보려는 것 같다.
휴전선은 20세기와 21세기에 걸친 인류 역사의 비극을 영원히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장 극적인 공간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최초의 국제전쟁이 일어난 곳이며 체제, 이념, 이익의 대척이 전쟁으로 폭발했던 현장이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견고하게 접근이 단절된 경계선이며 군사무장 밀도가 가장 높은 군사경계선이다. ‘근대화 혁명’에 완전히 성공한 나라와 인조신(人造神) 3대 세습이 통치하는 완전 ‘실패국가’ 사이의 국경선이며, 핵무기를 실험하는 나라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지키는 비(非)핵국가의 구분선이다.
주인이 힘이 없으면 언제 어디서나 전쟁과 분단의 고통을 겪는다. 이 교훈에 철저히 부합해 대한민국은 지난 60년간 ‘근대화 혁명’을 성취했다. 1945년 이후 독립한 140개 가까운 비서방 제3세계 국가들 중에서 근대화를 완성한 유일한 나라로 비약했다.
이제 ‘근대화 혁명의 완성’을 통해 대한민국은 유교와 불교의 정통을 성숙시켰던 동양의 전통과 크리스천 유럽 전통에 근거한 근대화 간의 조화를, 대륙문화와 해양문화 간의 융합을, 동서양 마음을 통합하는 장이 되고 과(過)개발, 역(逆)발전의 선진국 문제와 저개발, 미개발의 후진국 고민의 접점이 되는 글로벌 모델로 승화시켜야 하는 명제를 맞았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근대화의 생각과 생활양식이 초래한 자연 파괴를 막고, 생명의 순환 질서를 ‘지속’시키는 명제이다.
우리는 그런 새 승화의 가능성을 DMZ의 역설에서 찾는다. DMZ는 역설의 현장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를 깨는 동포형제 간 접촉금단의 선, 인간 접근 거부 지대이기 때문에 자연의 평화, 생물의 평화, 자연과 생명이 부활한 현장이 되었다. 이제 DMZ는 생명, 환경,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과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 간의 경계선이 되었다.
온 세상 생명의 자유, 생태의 자연, 다양한 개성, 이기를 극복한 복지, 억압과 강제를 거부하는 인간, 시민과 국가들은 연대하여 이 역설의 자연 부활, 생태 부활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람사르, 리우, 요하네스버그, 스톡홀름 및 도쿄선언들은 말이 아니라 바로 이 DMZ에서 부활한 자연과 생명에서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DMZ의 평화를 넘어 DMZ가 세계인류평화지대(Global Peace Zone·GPZ)가 되는 것이다.
DMZ의 생명, 생태의 부활을 한반도 생태 부활의 기점으로, 자연의 평화, 인류 평화의 상징, 모델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전쟁의 포연이 할퀴고 간 DMZ 생태, 생명의 부활의 역설을 자연, 인간, 문명, 역사의 이름으로 지구촌 인류가 공유하는 것이다.
필자는 2008년 10월 23일 DMZ보전국제콘퍼런스에서 2012년 리우+20 정상회담과 정전 60주년이 되는 2013년 유엔 총회를 DMZ에서 열 수 있도록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DMZ 구역 안에서 텐트를 치고 세계환경정상회담을 하고 정전 60년 기념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DMZ텐트회의장에서 열리는 순간 DMZ는 총성과 적대와 금단의 단층선이 아니라 평화와 공생의 연결선이 된다.
DMZ는 이제 고통의 유산에서 희망의 자산이 될 수 있다. 이 땅의 문명사적 큰 고통의 유산을 인류의 평화자산으로 수렴,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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