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부식]자연재난 대비에 ‘과잉’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5일 03시 00분


강부식 단국대 토목공학과 교수
강부식 단국대 토목공학과 교수
이달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임진강 유역 군남댐 상류에는 약 500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임진강 최북단 횡산수위국 수위가 9.15m까지 올라갔다. 필승교를 현 위치로 이전하면서 측정 지점이 1.8m 낮아진 걸 고려하면, 10.95m의 수위를 기록한 셈이다. 공식 측정 이후 최고기록이 작년 8월 20일 9.48m인데 1년 만에 기록이 깨진 것이다.

군남댐의 유입량은 준공 이후 최대인 초당 9000t에 이르렀고, 저수위는 무려 35.2m까지 상승했다. K-water는 군남댐 중앙 수문 7개와 양측 6개 수문을 모두 열어 초당 8600t을 하류로 흘려보냈다. 이 역시 2010년 7월 19일 기록한 저수위 32.37m와 방류량 5700t을 크게 웃도는 기록이다.

댐 하류 상황은 더욱 긴박했다. 비룡대교 수위는 경보 수위인 9.5m에 불과 2m 못 미칠 정도로 상승해 지켜보는 관계자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이 지역은 2009년 9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임진강 사고의 현장일 뿐 아니라 1996년과 1999년 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곳이다.

7월 8일 횡산수위국 수위가 ‘경보 수준’에 이르자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은 상황의 빠른 전파에 힘쓰면서 하천 주변 행락객 대피를 유도했다. 아울러 수위 상승 초기 군남댐 수문 조작을 통해 하류 24km 적성지점의 수위를 0.6m 낮추고, 홍수 도달 시간을 6시간 정도 지연시켰다.

같은 기간 한탄강 유역에도 약 350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한탄강댐은 아직 건설 중에 있어 홍수 조절에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능력을 발휘했다. 하류 17km 전곡지점의 수위를 1m 낮추고, 초당 5700t의 홍수량을 약 1000t 줄인 것이다. 한탄강댐이 준공되어 충분한 기능을 발휘했다면 상당한 효과를 보았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임진강 유역은 유독 집중호우가 잦다. 지난해와 올해 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임진강과 같이 국가 간, 지역 간 경계 지역에서는 홍수를 줄이기 위한 각종 시설 운영에 상류와 하류 지역 간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는 상류보다 하류 지역에서 더욱 강조되는 부분이다.

경기 강원 지역의 많은 국민이 임진강 하류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 우리로서는 북한 측의 치수시설 운영에 관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처럼 불리한 조건과 상황 아래서 안전율을 극대화하는 로버스트(Robust) 운영을 수행해야 하므로 일반적 치수계획이나 운영과는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임진강 유역은 더욱 높은 수준의 관심과 인도적 차원의 남북 간 공조가 절실히 요청되는 곳이다. 군남댐과 한탄강댐의 효율적인 운영, 홍수 예경보 시스템 구축, 관계기관 간 유기적 연락망 구성, 위기 대응 매뉴얼의 체계적 정비 등에 한층 힘쓰면서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해마다 자연재난의 피해를 겪으면서 재난을 입은 후에 근본적 대비를 되풀이하여 강조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한다. 자연재난의 완전 봉쇄는 불가능할지 모르나 우리가 노력만 하면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자연재난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으로 크고 재난으로 가족과 재산을 잃은 이들의 고통은 감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맑은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강이 넘치지 않도록, 산이 무너지지 않도록 늘 지켜보고 또 투자하자.

강부식 단국대 토목공학과 교수
#장마#폭우#자연재난#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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