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박영선 막말’ 영상회의록 살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9일 03시 00분


장강명 정치부 기자
장강명 정치부 기자
25일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 국정조사특위 회의는 ‘막말의 천국’이었다. 다음 날까지 여야 의원들은 “어제 회의에서 이런 막말이 나왔다” “아니다, 상대편이 부풀려서 얘기한 것이다”며 흉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중에서도 실제 했는지를 두고 가장 논란이 된 막말은 ‘씨×’와 ‘사람 취급을 하지 마’다. ‘씨×’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들었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에이씨’라고 했을 뿐”이라며 맞섰다. 정회 때 휴게실에서 오간 말이라 이제 와서 진위를 확인할 길은 없다.

‘사람 취급을 하지 마’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게서 들었다고 주장한 말이다. 김 의원은 26일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고, 박 의원은 “김 의원이 막말을 만들어냈다. 대낮에 코 베어 가는 상황”이라며 트위터로 반박했다. 두 의원의 주장이 다르지만 이 말은 ‘팩트(Fact) 규명’이 가능했다. ‘씨×’와 달리 방송카메라가 돌아가던 회의 중에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w3.assembly.go.kr)에 따르면 오후 9시 반 속개된 회의에서 김 의원이 댓글 사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사실을 자의적으로 단정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끼어들어 “모욕스러워서 더이상 못 듣겠어!”라고 외친다. 그러자 박범계 의원에게 박영선 의원이 다 들리도록 “사람 취급을 하지 마”라고 한다.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박영선 의원은 “인간이야, 인간? 나는 사람 취급 안 한 지 오래 됐어요”라고 한 번 더 말한다.

박영선 의원은 “언론에 보도된 말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사실 지난달 한 언론에는 김진태 의원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검찰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 검사를 ‘운동권 출신’이라고 비난한 김 의원에 대해 검찰의 한 간부가 “사람이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어섰다는 기사의 코멘트와 사람 취급을 하지 말라는 박 의원의 비난에는 차이가 있다.

28일 박영선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사람 취급을 하지 마’라는 말은 박범계 의원을 달래려 한 것이며, 김 의원이 내가 ‘야, 너, 인간이야, 인간?’이라고 말했다는데 ‘야, 너’라는 부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야, 너’라는 부분을 넣은 게 왜곡·조작이라는 설명이다. 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방송기자 출신 의원의 해명치곤 명쾌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강명 정치부 기자 tesomiom@donga.com

#국가정보원#국정조사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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