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인권단체인 ‘남성연대’의 성재기 대표가 서울 마포대교에서 한강으로 투신해 실종됐다. 성 대표는 투신하기 전날 남성연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남성연대를 후원해 줄 것을 호소하며 투신을 예고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 퍼포먼스를 하려다 자살극으로 종결된 셈이다.
성 대표의 투신 예고문을 읽어 보면 자살 퍼포먼스를 넘어 실제로 자살할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불분명하다. 투신하기 전 트위터에는 “살아 나올 자신이 있다”는 글을 올리고, 투신 직전에 수심 등을 살폈고 수상안전 강사도 대기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제가 잘못되면 다음 2대 남성연대 대표는 사무처장이 이어받습니다” “저희의 구차한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부디 기억해 주십시오” 같은 글은 사망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런 만용을 모방하는 사람들이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성 대표의 투신 현장에는 남성연대 회원들과 KBS 기자들이 있었다. 그가 의도한 자살 퍼포먼스는 언론 노출을 전제로 한 것이다. 투신 인증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려고 한 남성연대 회원들과, 취재하러 나온 KBS 기자들은 그의 퍼포먼스를 부추기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KBS 기자들은 생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언론의 취재 준칙을 지키지 않았다. 당시 한강은 오랜 장마로 수량이 많고 물살이 거세 투신한 후 헤엄쳐 나오기에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KBS 측은 투신하기 전과 뒤에 두 차례 신고를 했다고 해명했고 촬영한 영상을 방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찰과 구조대가 출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살을 막기보다 취재를 앞세운 태도는 어떤 변명도 통하기 어렵다.
성 대표의 남성연대는 우리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차별받고 있다는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하며 여성가족부 폐지와 군 가산점제 부활 등을 주장해 온 단체다. 여성단체들과는 달리 정부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고 자부했지만 대신 2억 원이 넘는 빚에 시달렸다. 그의 자살 퍼포먼스는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 후원금을 모으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문제 해결을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생명을 이용하는 어떤 시도도 우리 사회가 용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