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리나 코르군]당차게 삶 개척하는 한국여성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9일 03시 00분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는 크고 작은 변화가 많이 일어났는데 그 중심에 한국 여성들의 당찬 모습이 있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한 미술 스튜디오를 가끔 찾는다. 그곳의 주인은 여성인데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스튜디오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돈을 갚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성공하리라 다짐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러시아에서는 젊은 여성이 자기 사업을 위해 아버지에게 돈을 빌리는 일이 무척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 여주인이 매우 의존적이라고 여겼던 내 생각은 그녀를 계속 보면서 바뀌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의존한 것이 아니라, 돈을 꼭 갚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발판 삼아 자기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에는 이처럼 적극적인 여성들이 아주 많아진 것 같다.

유럽에서는 동양 사회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내가 만나본 한국 남성, 여성들은 많이 달랐다. 한 한국인 여성 친구는 남편이 사사건건 의사결정을 떠넘긴다고 불평을 한다. 얼마 전 임신한 한 한국인 친구 부부는 “아들보다 딸이었으면 좋겠다”며 “딸이 더 효도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 여성들은 주체성을 획득하고 사회 활동에 믿기 어려울 만큼 적극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 고용률이 눈에 띄게 늘었을 뿐 아니라 고용 분야도 매우 다양해졌다.

세계 어떤 나라보다 뜨거운 피를 가진 한국 여성들의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이는 이유는 바로 한국사람 특유의 놀라운 기동성이 더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파리와 뉴욕, 도쿄, 홍콩 사이를 가볍게 오가면서 그녀들은 ‘글로벌 네트워킹’이라는 현대사회의 관념을 누구보다 빨리 생활 속에 구현한다. 그 속에서 본 것들을 내면화하고, 또 새롭게 창조해내고 있다.

어쩌면 한국 사람들 눈에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안보일지도 모르겠다.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변화한 한국 여성들로 인해 한국도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을…. 한국 여성들은 앞으로 10년 후에 또 무엇을 만들어낼까? 정말 궁금하다.

이리나 코르군 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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