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인규]“아들 딸! 어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자녀와의 대화 단절은 공통 관심사가 없기 때문
윤민수-윤후 ‘국민부자’가 부러운 이 땅의 부모님들
여름 휴가때만이라도 영화-책-만화 함께 즐기며 소통의 시간 가져보시길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일까?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를 보면서 든 의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수 윤민수와 그의 아들 윤후 등 다섯 명의 연예인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시골을 여행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때로는 폭소를,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귀엽고 솔직한 매력의 윤민수·윤후 부자는 일약 ‘국민 부자’로 떠올랐다. 그런 그들 부자도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기 전에는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윤민수는 “윤후가 자고 있는 나에게 ‘엄마! 쟤 또 왔어’라고 말해 충격 받았는데 방송에 함께 출연하면서 이젠 윤후가 먼저 다가와 숙제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아빠! 어디가?’ 시청을 금지하는 아빠까지 생겨날 정도로 많은 젊은 아빠들이 ‘윤민수 콤플렉스’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런 아빠들을 위한 ‘좋은 아빠 놀이학교’도 열렸다. 늦은 퇴근시간과 격무에 시달리는 아빠들이 ‘윤민수 콤플렉스’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바람직한 변화임에는 분명하다.

10대 자녀를 둔 아빠들 가운데는 윤민수와 같은 좋은 아빠는 고사하고 자녀와의 대화가 아예 단절된 경우도 드물지 않다.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아들 딸! 어디가?”라고 물어봐도 묵묵부답이거나 짜증스러운 대답이 돌아올 때가 많다. 많은 경우 대화의 단절은 공통 관심사가 없기 때문이다. TV나 영화도 취향이 다르면 따로 보게 되므로 공통의 화젯거리를 만들기 어렵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시작됐다. 휴가 때 10대 자녀와 공통 관심사를 갖기 원하는 부모님들께 책, 만화, 영화를 하나씩 추천해 드린다.

먼저, 영화부터 시작해 보자. 가족 간 화해를 다룬 영화 중 하나를 고르라면 주저 없이 ‘미스 리틀 선샤인’을 뽑겠다. 2007년 아카데미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영화다. 오동통한 외모에 안경을 쓴 올리브는 어린이 미녀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 하는 7세 소녀다. 올리브 가족은 고물 승합차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올리브 가족은 마약하는 할아버지, 입만 살아있는 아빠, 골초인 엄마, 자살 소동을 벌인 외삼촌, 9개월째 말을 안 하는 사춘기의 오빠 등 한마디로 ‘문제 가족’이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가족 중 누군가가 좌절할 때면 보듬어줄 줄 안다. 할아버지는 대회를 하루 앞두고 낙선의 두려움에 눈물 흘리는 올리브에게 “진짜 패배자는 질까 두려워서 노력조차 않는 사람이야. 넌 노력하고 있잖아. 그럼 넌 패배자가 아냐”라고 격려한다. 이렇듯 할아버지는 올리브와 아빠에게, 올리브는 오빠와 엄마에게, 외삼촌은 오빠에게 어려울 때 큰 힘이 돼 준다.

이 영화로 가족의 의미를 느꼈다면 다음으로 윤태호 만화가의 웹툰(인터넷 만화) ‘미생(未生)’을 자녀들과 함께 감상해 보자. ‘미생’은 만화로는 유일하게 유명 일간지가 선정한 ‘2012년 올해의 책 10권’에 선정됐다. 바둑 프로 기사 입문에 실패한 주인공이 대기업 종합상사에 인턴을 거쳐 2년 계약직(비정규직)으로 들어가 겪는 회사생활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이 만화는 30, 40대 직장인들의 필독서로 떠올랐다.

‘미생’은 10대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회사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직장에 다니는 그들의 부모와 선배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부모 세대에게는 학벌과 스펙이 초라한 젊은이의 고민과 비정규직의 애환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려준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의 스티븐 레빗 교수는 저서 ‘괴짜경제학’에서 어떤 부모가 자녀 양육에 성공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의 실증 연구들을 살펴봤다. 그는 자녀에게 ‘무엇을 해 주는가’보다는 ‘부모가 어떤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짓는다. 독서를 예로 들면, 자녀에게 책을 읽도록 시키는 것보다는 부모 스스로 책을 보는 게 더 교육적이라는 것이다.

부모 스스로 먼저 읽고 자녀에게 독후감을 들려줄 책으로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를 추천한다. 이 책은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로 산 미국의 사회철학자 호퍼(1902∼1983)의 자서전이다. 호퍼는 자서전에서 배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주는 것이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 나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한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다.”

그렇다. 부모도 자녀와 함께 배움을 멈추지 않는 ‘인간적인 사회’라면 대화의 단절로 고민하는 일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아들 딸! 어디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들은 여름휴가 때만이라도 영화, 만화, 책을 통해 ‘아빠! 어디가?’에서처럼 자녀와 함께 어울리려 노력했으면 좋겠다. 함께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국민 부자’ 윤민수·윤후 부자도 없었을 것이다.

김인규 한림대 교수·경제학
#자녀#부모#휴가#공통 관심사#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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