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우리도 청와대에 가고 싶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2005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출범한 직후부터 장애인체육을 담당했지만 농아인올림픽(데플림픽·Deaflympics)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09년 타이베이 대회가 개최되면서였다. 혹시나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농아인올림픽을 아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4년이 흘렀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농아인올림픽은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과 다르다. 수화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기에 대회를 따로 치른다. 1924년 시작됐고 2001년 로마 대회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받아 ‘∼림픽(lympic)’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지금 불가리아 소피아에서는 제22회 농아인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수많은 스포츠 현장을 지켜봤지만 이런 대회는 처음이다. 시민들은 관심이 없고 경기 운영은 엉망이다. 메달도 미리 준비하지 못해 개막 나흘째인 29일(현지 시간)부터서야 선수들이 목에 걸 수 있었다.

농아인올림픽이 모두 이랬던 것은 아니다. 타이베이 대회만 해도 개최 1년 전부터 공무원 5000여 명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등 대만 정부가 앞장서서 지원을 했다. 운영은 매끄러웠고 현지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대회는 엉성해도 소피아에 있는 선수들의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청인(聽人·청각장애인들이 들을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볼 때는 ‘그들만의 이벤트’이겠지만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오롯한 올림픽이다.

모든 운동선수가 올림픽 출전을 꿈꾼다. 청각장애 선수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각별할지 모른다. 장애 탓에 취업이 어려운 그들에게 올림픽 연금은 일생의 목표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메달을 따기 쉽고 국민들의 관심도 덜 받는 농아인올림픽 선수들이 비장애인 올림픽과 똑같이 연금 혜택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얘기한다.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이자 배려의 대상이라는 것을 간과한 생각이다.

한국은 1985년 제15회 대회부터 참가했다. 제18회 대회부터 메달을 따기 시작했고 타이베이에서는 종합 3위를 차지하며 농아인올림픽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돌아왔을 때 그들을 환영해 준 청인들은 없었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들은 귀국 후 항상 청와대의 초청을 받았지만 데플림픽 메달리스트들은 그런 합당한 예우를 받아본 경험이 없다.

16일 열린 결단식에서 농아인체육연맹 변승일 회장은 “선수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 꼭 한 번 우리들을 청와대에서 초청해 달라”고 했다. 말은 못했어도 그의 격정적인 수화는 선수들의 얼굴을 비장하게 만들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 결단식장을 가득 메운 듯했다.

종합 3위를 노리고 있는 한국은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번 대회 메달리스트들은 청와대를 방문할 수 있을까. -소피아에서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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