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경전철, 정치논리로 결정하면 탈선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6일 03시 00분


“○○경전철 우리가 이뤄냈습니다” “오랜 숙원 지하경전철 추진 확정!” 경전철이 추진되는 서울 지역 곳곳에 이런 플래카드들이 걸려 있다. 정당들이 서로 자기 공(功)이라고 내세우며 벌이는 볼썽사나운 홍보전이다. 경전철 건설이 확정되려면 국토교통위원회 심의 등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서울시는 최근 2025년까지 8조5533억 원을 들여 9개의 경전철 노선과 전철 연장 1개 노선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1년 개통을 전제로, 이후 40년간의 비용 편익을 분석한 결과 모두 기준점인 1을 넘었다. 그러나 재무적 타당성만 보면 수익성 있는 노선이 거의 없다.

경전철은 수송 용량이 버스와 전철의 중간 정도다. 건설과 유지 비용은 전철보다 싸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1980년대 이후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본격 도입했다. 한국도 의정부 용인 김해에서 먼저 건설했다. 타당성 조사는 장밋빛이었지만 건설 후에는 예상보다 승객이 적고 적자가 심해 지자체의 재정 위기를 가중시켰다. 그러나 서울시는 “37%에 이르는 지하철 소외 지역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경전철만 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서울은 ‘교통 디바이드(divide)’가 심한 편이다. 서울 광화문이나 강남 지역에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여러 노선의 지하철이 몰려 있는 데 비해 서북, 서남, 동북 지역은 거주 인구가 많은데도 마을버스 이외에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은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교통 소외 지역이나 수요가 많은 노선은 대중교통 수단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을 줄이는 데도 경전철은 유용한 도구다.

다만 서울시는 빚이 27조 원에 이르고 정부가 요구하는 수천억 원의 무상보육 예산도 없다고 버티는 판이다.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서울시가 10개나 되는 경전철 노선을 한꺼번에 건설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건설비용의 50%를 민간 자본으로 충당한다지만 용인을 포함해 민자 유치를 한 곳이 나중에는 더 큰 시민 부담으로 귀결됐음을 알아야 한다.

서울 경전철 사업은 2008년 오세훈 전 시장이 처음 추진했다.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우이∼신설 노선 외에는 전면 보류했다가 5년 만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경전철 건설은 정치에 휘둘리거나 선거 때 득표용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시민 편의와 경제성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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