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염희진]‘외국인 숙박료 돌려주기’ 생색내기용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8일 03시 00분


염희진 소비자경제부 기자
염희진 소비자경제부 기자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관광산업 진흥방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호텔 부가가치세 사후 환급조치였다. 국내 호텔에서 묵은 외국인에게 숙박비에 포함된 부가세 10%를 돌려준다는 것. 세수 부족으로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 걸 의식해서일까. 정부는 단기적으로 연간 5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대신 경제효과가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호텔업계로서는 나쁠 게 없어 보인다. 세금 지원을 받아 고객에게 숙박료를 깎아주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현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환급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 대책을 만들면서 호텔에서 직접 결제를 한 외국인 비(非)거주자만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행사를 통해 호텔에 묵는 단체 관광객은 대상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호텔을 예약한 개인 여행자도 부가세를 돌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으로 해외여행을 오는 사람 대다수는 단체 관광이나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며 숙박료를 지불하는 경우는 급하게 출장을 온 사람 정도로 전체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중국, 일본인 관광객 유치 마케팅을 벌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인만 봐도 인터넷을 통해 숙박을 예약하는 비율이 40%, 여행사를 통하는 경우가 20%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방안이 현실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마케팅 수단이 되려면 환급 대상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점 때문에 여행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문을 보내 개별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환급 혜택을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객에게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호텔업계도 ‘숙박료를 일정 기간 인상하지 않은 호텔’에 한해 부가세 환급 혜택을 주기로 한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가 관광객 확대를 위한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자칫 ‘물가상승 억제 수단’으로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이다. 내년 한 해 한시적으로 시행한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할 정책을 위해 ‘환급용 단말기’를 설치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가 올해 1억 명에 육박할 중국인 관광객 등을 겨냥해 관광산업 진흥방안을 내놓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또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호텔의 숙박료 부가세 환급조치는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세금 감면제도의 하나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려면 현장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들이 더 많은 ‘손톱 밑 가시’를 뽑을 필요가 있다.

염희진 소비자경제부 기자 salthj@donga.com
#관광산업#호텔 부가가치세#비거주자#사후 환급#여행사#단체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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