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손’이란 식물을 잘 가꾸는 사람을 뜻하지만 보다 깊은 뜻이 숨어 있다. 식물도 인간처럼 감성과 지능, 기억력, 심지어 욕구도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아는, 식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김도명은 자신과 식물이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독특한 작품을 제작했다. 세계 각국의 정원을 소개하는 책을 화분으로 만들고 여기에 흙을 넣어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식물을 키웠다.
하필 책을 화분으로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책 속의 식물들은 더없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생명이 없다. 즉, 인간의 지식이나 경험보다 살아있는 식물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기 위해 기꺼이 책을 희생한 것이다. 그런 그가 식물의 집을 허술하게 지었겠는가? 책 화분을 자세히 보면 페이지가 잘린 모양이 전부 다르다. 기계를 이용해 단번에 오려내지 않고 칼로 한 장 한 장 자르고 쌓아가면서 식물의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식물에게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나? 프랑스 수목학자 자크 브로스의 ‘식물의 역사와 신화’라는 책에는 러시아 시인 블라디미르 솔루힌의 작품 ‘풀’에서 인용한 섬뜩한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땅 위로 솟아난 풀들을 먼지가루가 되도록 짓밟고 불도저와 트랙터로 땅을 갈아서 시멘트와 펄펄 끓는 아스팔트로 덮어버린다. (…) 쓰레기들을 처리하려고 땅속에 온갖 독성물질을 쏟아 붓는다. 그러고도 아직 풀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할 참인가?’
사람들은 왜 인간과 식물이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 식물은 인간에게 필요한 산소를, 인간은 식물에게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선물한다. 그리고 죽은 인간의 몸은 식물의 양분이 되고 식물은 인간에게 식량으로 되돌려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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