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매미의 트럼펫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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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잠을 깨면 큰길 가로수나 아파트단지 조경수에 서식하는 매미들이 악을 쓰듯 울어댄다. 말매미의 울음소리를 한밤중에 불어대는 트럼펫에 비유한 이도 있다. 2010년 국립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매미 소음은 62∼82dB(데시벨)로 생활소음 기준(65dB)을 훌쩍 넘는다. 수면장애가 일어나는 수준이다. 시골에서는 매미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 숲이 많아서 넓게 흩어져 살기 때문일 것이다. 빌딩과 아파트로 꽉 들어찬 도시에서는 매미가 서식할 공간이 적으니 그만큼 시끄러운 셈이다.

▷‘맴∼ 맴∼’ 하는 참매미는 숲에나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꺅∼’거리며 그악스럽게 울어대는 대도시 매미들은 말매미다. 말매미가 살기 좋아하는 나무인 벚나무와 상록수가 가로수와 조경수로 많이 쓰이고 매미를 잡아먹는 천적이 줄어든 데다 대도시에는 한밤중에도 조명이 환해 말매미가 선호하는 조건이 다 갖춰져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말매미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매미 소음의 가장 큰 요인이다.

▷세계적으로 매미의 종류는 2000종이 넘는데 종에 따라 유충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보통 5년, 7년, 13년, 17년이 걸린다. 흥미로운 것은 유충으로 땅속에서 지내는 기간이 모두 소수(素數)라는 점. 소수는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눠지는 수다. 소수를 주기로 살아가는 곤충은 매미뿐이다. 소수 연도에 매미가 되면 천적을 만날 확률이 작고 동종(同種)끼리 경쟁을 덜 하게 돼 종족 보전에 유리하다. 예컨대 13년 주기 매미와 17년 매미가 서로 만날 확률은 최소공배수인 221년에 한 번뿐이다. 자연의 진화가 빚어낸 경이로움이다.

▷말매미는 7년 주기다. 유충 상태로 7년을 땅속에서 있고 15번 허물을 벗어 성충 매미가 된다. 성충 매미로 사는 한 달 동안 다른 매미보다 더 크고 우렁차게 울어 암컷을 찾으려는 절규가 매미 울음이다. 소음을 없앤다고 살충제를 마구 뿌릴 수도 없고, 매미한테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짧은 짝짓기를 위해 7년을 어둠 속에서 기다려온 매미의 삶을 생각해보면 트럼펫 소리를 참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매미#트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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