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25>직장 여성의 ‘재수 없는 내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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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상사에게 인정받는 여자 후배란 ‘되바라지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이다. 남자들은 똑소리 나기보다는 망설이며 말하는 스타일의 여자 후배를 좋아한다. 그녀의 몸짓에서 ‘당신의 권위에 도전할 의사는 없지만 제 의견은 이래요’란 의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자에게는 ‘권위’가 최우선이지만 그 못지않게 결과 또한 중요하다. 회사일은 ‘결과’로 승부하는 것이고, 일을 잘한다는 것은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녀들은 회의를 할 때 깐깐하게 따지고 보고서의 허술한 논리를 짚어 낸다. 여성들에겐 이런 ‘과정’이 곧 일이며,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결과는 그 다음이다.

그래서인지 남자 상사에게 인정받는 여자 동료를 보면 납득을 못 한다. 그 여성이 일하는 과정에서 똑똑함을 입증하지 못했는데 왜 상사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부당하다고 여기게 된다.

부당하다는 생각은 ‘혹시 남자의 보호본능을 일깨우는 기술을 발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이어지고, 의심의 증거들을 해당 여성의 말투와 행동 등에서 다수 찾아낸다. 상사에게 말할 때 주저하며 말하는 스타일부터가 ‘재수 없는 내숭’이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여성이 다수인 조직에서 남자 상사들은 공공연하게 경쟁을 부추기지 않으며 칭찬해 줄 일이 생기면 남들 앞에선 조심하고 해당 직원만 따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섣부른 경쟁 유도와 칭찬이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역효과만 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이 성과만을 강조하는 남자 상사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서 조직에 실망감을 드러낸다.

깐깐하게 따져서 많은 프로세스를 개선했는데도 그런 뛰어난 능력에 대해 높이 평가해 주기는커녕 충성심과 결과만을 강조하는 회사 시스템이 잘못되었다고 성토한다. 그들이 원하는 바는 ‘열심히 했으니까 그만큼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것이다.

조직의 성과와 자신의 이해득실부터 따지는 남자 상사 역시 여성에게는 이기적으로 비친다. 후배들을 고생시켜 자기 출세의 밑천으로 삼으려는 비인간적인 상사로 그려지는 것이다.

회사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열심히 한 것’도 의미 있고 ‘그 결과가 어땠느냐’도 중요하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다만 여성들은 본연의 자신을 어떻게 봐 주는지에 민감하다는 점을 남자 상사들은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자신이, 수시로 바뀌는 성과보다 훨씬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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