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24 대북제재’ 완화 필요하지만 과속은 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9일 03시 00분


북한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23일 실무 접촉 제안을 수용하면서 하루 전인 22일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금강산 회담에 대해서는 추후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두 개의 회담이 성사되면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사실상 중단됐던 남북관계가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에 상응하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산가족 회담보다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2008년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이후 연간 3000만 달러의 안정적 외화벌이 수단을 잃은 것이 아쉬웠을 것이다. 북은 우리가 이산가족 상봉 성사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려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와 관광객의 신변 안전에 대한 확고한 보장이 있은 뒤에나 재개해야 한다.

2010년의 ‘5·24 조치’를 어떻게 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이 조치는 한국 해군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 추궁 차원에서 시행한 포괄적인 대북제재 조치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 교류 전면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원천 불허, 대북 신규 투자 불허, 대북 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발동했다. 개성공단만 빼고 사실상 거의 모든 남북관계를 중단시켰다.

남북 합의에 따라 개성공단에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국제화를 이루고 남북관계를 전반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5·24 조치를 완화 또는 해제하는 일이 불가피하다. 5·24 조치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회문화 교류나 대북 인도적 지원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박 당선인은 5·24 조치를 손보려 했지만 북한이 3차 핵실험 등으로 군사적 위협을 하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이 국제합동조사단의 확고한 물증으로 북측의 소행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는데도 지금까지 책임 인정과 사과는커녕 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의 일이라지만 5·24 조치를 완화하려면 투명하게 그 이유를 밝히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뒷탈이 없다.

어느 한쪽만 서두른다고 남북관계가 단박에 호혜적인 관계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동안 북한의 약속 위반과 돌출 행위를 돌이켜 보건대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옳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보조를 맞추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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