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일 뮌헨 인근 다하우의 옛 나치 강제수용소를 찾아 고개를 숙이고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사죄했다. 현직 독일 총리로 이곳을 방문한 것은 메르켈 총리가 처음이다. 다하우 수용소는 나치가 세운 첫 강제수용소로 다른 수용소의 모델이 됐다. 역시 나치가 세운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가스실을 설치하진 않았지만 비인간적 대우와 열악한 위생환경으로 유대인과 소련군 포로 등 3만여 명이 이곳에서 사망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시 독일인 대부분이 대학살에 눈을 감았고 나치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 방문은) 역사와 현재의 다리가 돼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메르켈 총리가 짧지만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패전일인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일본도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각국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또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 이래 역대 일본 총리들은 전몰자 추도식에서 가해 책임을 빼놓지 않고 언급해 왔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이번 추도사에서 그런 대목을 빼 버려 국내외의 비난을 자초했다.
독일이 프랑스와 함께 유럽연합(EU)의 쌍두마차가 되고 위기의 EU 경제를 견인하는 국가가 된 것은 자신이 저지른 전쟁을 철저히 반성했기 때문이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1970년 폴란드 방문 때 1943년 나치의 점령에 저항해 봉기를 일으켰다가 희생된 바르샤바 게토 지구의 유대인 추모비 앞에 무릎을 꿇어 전 세계를 가슴 뭉클하게 했다. 그만이 아니라 전후 독일 총리와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과와 반성을 표했다.
독일이 한두 번 사과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도 계속 사과하는 것은 국내적으로 나치의 후계자를 자임하는 극우파의 계속되는 준동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 메르켈 총리도 다하우 수용소에서 극우파에게 경고를 보냈다. 아베 총리와 각료들은 역사적 퇴행을 막기보다 오히려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로 이것이 지금 독일과 일본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