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요리사 관리도 못하는 대사들, 외교는 제대로 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해외 주재 한국대사관저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이 폭로한 일부 대사의 일탈 행위는 충격적이다. 대사들이 요리사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관저 만찬을 핑계 삼아 공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터질 게 드디어 터졌다”는 대사관저 소속 요리사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일부 공관에만 해당하는 일도 아닌 것 같다. 대사들의 일탈을 보도한 동아일보와 웹사이트에는 국민의 분노와 질타가 쇄도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재 한국대사관저 요리사였던 A 씨는 자신이 겪은 사례를 고발하며 ‘관노비(官奴婢)’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사 부인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욕설, 심지어 감금까지 당하다가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의 한 대사관저에서 일하던 김모 씨는 자신을 해고한 대사가 관저 만찬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하고, 식자재를 과도하게 구입해 남는 재료를 개인 식사용으로 썼다고 폭로했다. 유럽 주재 한 대사관저 요리사는 취업한 지 2개월 만에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글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려 조회 수가 7만 건을 넘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다. 관저 요리사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대사가 교민의 어려움을 풀어주고 공관 직원을 제대로 통솔하겠는가. 국민의 세금인 공관 운영비를 사익(私益)을 위해 쓰는 대사가 국익을 위한 외교 업무에 전력을 다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외교관들의 고압적이고 불성실한 근무 태도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교민은 “한국대사관은 근처에도 가기 싫고 아쉬운 소리도 하기 싫은 곳”이라는 글을 외교부 사이트에 올렸다. 박근혜 정부 들어 외교부는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여는 신뢰 외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대사는 감시의 눈이 없는 외국에서 대사관 운영의 전권을 행사한다. 공관 직원들이 대사의 눈치를 보느라 인권 침해와 공금 횡령에 침묵하면 이번처럼 외교부 전체가 국민의 질책을 받게 된다. 국민 위에 군림하고, 대사관 경비는 쌈짓돈이라는 인식을 가진 외교관이 사라져야 한국 외교의 미래도 밝아진다.

외교부는 감사관을 보내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 식구 감싸기’에 그칠 경우 더 큰 화를 자초할 것이다.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공관장의 명예를 위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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