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4대강 사업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감사원이 올 1월과 7월, 이전과 달리 부정적인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이번엔 ‘대재앙 수준’이라는 극언까지 나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짧은 기간에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으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4대강의 바닥을 인근 지하수보다 더 깊게 판 것을 문제 삼았다. 강바닥이 너무 낮아 보(洑)의 수문을 개방할 경우 인근 지하수를 빨아들여 토양을 황폐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4대강의 녹조는 보의 설치로 물이 흐르지 않는 호소화(湖沼化) 현상 때문이고, 수질은 더 나빠졌으며, 어종의 개체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런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다른 정부 부처나 전문가들의 반응을 보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쪽에서는 그동안 4대강 사업에서 지하수 고갈 문제가 거론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관계자는 “수문을 열고 물을 빼서 강의 수위가 지하수보다 낮아지는 경우는 최악의 가뭄 때나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그런 극단적인 가정 하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녹조 현상도 보 자체를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다. 외국의 강들에도 보가 많지만 녹조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호수에도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 많다. 녹조의 원인은 축산폐수 등의 유입에 따른 부영양화(富營養化), 수온, 유속 등 복합적이다. 수질이나 생태계도 평가가 엇갈린다. 4대강과 대운하와의 관련성은 보, 교량, 강의 깊이, 강폭, 강의 직선화 정도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국무조정실에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를 만들어 객관적인 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마당에 일방적 주장으로 혼란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행여 청와대나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박한 평가를 하는 것이라면 정부의 신뢰를 깎는 자충수일 뿐이다. 감사원이나 정부 조사위원회가 ‘힘있는 곳’의 의도대로 움직인다는 인상을 준다면 그들이 내놓는 결과에 누가 승복하겠는가.
4대강 사업은 정권이나 정파, 이념이 아니라 오로지 과학에 근거해서 평가해야 한다. 그러려면 조사평가위원회부터 공정하게 구성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느 누구도 섣부른 평가를 삼가야 할 것이다.